한국일보

수압파쇄공법·수평굴삭방식

2014-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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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뉴욕에 샌디 태풍이 불고 간 후 가스(휘발유·gasoline) 대란이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수많은 가스스테이션들이 문을 닫았기에 그랬다. 그 때 가스를 사기 위해 길게는 2마일에 가깝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줄서기는 기이한 진풍경을 연출해 냈다. 가스가 그렇게 중요하고 고마운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통감한 대란이었다. 정말 대단했었다.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자동차엔 가스가 있어야 한다. 요즘 전기자동차가 나왔다고 하나 아직은 가스가 대세다. 아무리 좋은 새 자동차를 구입했다 해도 자동차에 가스를 넣지 않으면 자동차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자동차의 생명은 가스에 달려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는 이미 차가 아니기에 그렇다.


자동차의 가스는 우리 몸의 피와 같다. 피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듯, 가스 없이 자동차는 갈 수 없다. 그런데 요즘 가스로 인해 살맛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갤런 당 5달러에 가깝게 치솟던 가스 값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달러대로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1달러대까지 내려갈 전망이고 이미 1달러대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

서민들에게 너무나 신나는 소식이다. 가스 값이 떨어지게 된 이유가 있다. 미국 민간업체에서 개발된 수압파쇄공법(Hydraulic Fracturing:물에 특수 화공약품을 섞어 고압으로 투압하여 암석을 뚫고 가는 공법)과 수평굴삭방식(Horizontal Drilling:수직으로 굴삭하다 수평으로 수천미터를 뚫는 공법)의 채굴이 실용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8년부터 셰일(Shale)층에 있는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셰일 층에 있는 원유는 점토가 굳어져 생성된 암석에 묻혀 채굴기술 부족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아 실용가능한 자원이 아니었었다. 그러다 수압파쇄공법과 수평굴삭방식이 개발된 거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매장 지역은 록키산맥을 비롯해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텍사스 등이며 이곳에는 엄청난 량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한다.

이런 방법으로 채굴된 셰일 에너지 혁명은 2011년 미국에서 소비된 전체 가스 중 95%가 미국 내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로 채워졌다. 그리고 2020년에는 100% 자급자족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산유국이 됐다. 이로 인해 112달러까지 올라갔던 원유가격은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 같은 추세로 가면 2030년까지는 미국이 세계최대 산유국의 자리를 내놓지 않을 거라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연일 내려가는 유가 하락의 희소식은 그동안 어려웠던 미국경제와 한인상인 경제에도 좋은 소식으로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일자 발표를 통해 낮은 유가가 미국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현재 유가 흐름으로 비쳐보면 가구당 최대 연간 1.100달러의 가스 값 지출을 아낄 수 있고 미국경제에는 750억 달러의 세금감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유가가 떨어지면 공장 가동이나 항공기 운항 등에 들어가는 유류비 등이 줄어들며 생산원가가 하락한 상품은 가격이 낮아지고 가계는 가솔린 값 지출이 줄어든 만큼 소비가 늘어나 미국의 저성장을 극복하는 계기로 내다보고 있어 2008년 미국의 금융대란 이후 2%대에 머물던 성장률이 2015년엔 3,5%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4년을 보내고 을미년 양띠해인 2015년을 맞이하는 세모에 가스 값 1달러대의 소식은 쾌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서민들에게 보내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중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을 듯하다. 그동안 침체됐던 한인경제에도 희망의 소식이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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