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X-마스와 예수실종

2014-1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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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예수탄생 소식을 접한 헤롯은 예수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D데이를 X-마스로 정하여 칼을 뽑았다. 예수의 부모들은 급히 애굽으로 피신하였지만, 역사 이래 예수를 없애버리려 시도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수는 많은 유대인들의 미움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잊기 쉬운 인물이었다.

심지어 예수의 부모들까지도 예수를 잊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엔 유대인들이 예수를 못 박아 죽였고, 제자들도 예수가 부활하리란 약속까지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갈릴리 등지로 물고기나 잡으러 다녔던 것이다.
초대교회 때도 제자들은 이름만 예수교이지 실은 유대교회당 같은 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울로부터 예수복음 실종된 ‘다른 복음’ 전한다며 호된 질타까지 받았다. 로마제국도 예수를 없애버리려는 정책을 폈었다.


요즘도 ‘메리 크리스마스’를 ‘해피 할러데이’로 바꾸어 예수이름을 삭제해 버리려는 헤롯의 후손들의 계략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교회도 예수교인지 유대교인지, 설교 속에는 이미 예수가 실종된 지 오래됐고, 그 빈자리는 아버지와 형을 속여 사기 범죄한 야곱설교, 간음죄에 살인죄까지 지은 다윗설교, 천여 명의 여성인권을 위안부로 유린시킨 솔로몬을 미화한 시리즈 설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예배에 먼저 성공하자!’는 구호도 `인력동원에 먼저 성공하자!’로 변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만약 그 예배 속에 ‘헌금순서’라도 X(삭제)되었다면 굳이 1부예배로부터 4부 예배에 이르기까지 실속 없는 지루한 예배를 드리려 하겠는가? 하는 짙은 의문을 남긴다.

성탄절의 황금, 유향, 몰약 헌금의 의미는 오늘날의 부패한 교회상들처럼 착복하거나 유용되지 않았고, 말구유에서 홈레스로 태어난 아기예수가 애굽으로의 험난한 피난여정에서 요긴하게 사용됐을 것이다.

12월은 자칫 예수의 이름을 X(삭제)하기 쉬운 계절이다. 우리주위에 어려움을 당하는 자가 없나 살피는 계절이기도 하다. 혹시 카지노 가는 버스 속에는? 7번 전철역에는? 독거노인이 거하는 불 꺼진 골방 안에는? 자물쇠로 굳게 잠긴 우리교회 처마 밑에는? 문을 개방하는 교회와 크리스찬에게는 X-마스가 아닌, 행복한 메리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어느 눈보라 치는 성탄절 아침에 배달된 H일보 광고에는 ‘사람을 찾습니다’란 실종광고가 게재되었다. 인상착의로는 ‘그는 긴 머리에다 수염을 길렀고,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고, 멸시와 고난을 많이 겪어 실제 나이는 서른 셋이지만 사람들은 쉰도 넘게 봅니다. 손·발, 옆구리에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가 있고, 여름옷과 헤어진 샌들을 착용하고 있음(이사야53)’ 이런 사람의 행방을 알거나 찾아주시는 분에게는 ‘평화와 행복’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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