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4-1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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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 (해외기독문학회 편집장)

시인 이상화(1901∼1943)의 시는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하고, 빼앗긴 조국의 땅으로 인해 봄조차 빼앗기겠다고 우리민족의 인권을 일본에게 탈취당한 한(恰)을 절절이 읊었다.

내년이면 독립선언 96주년,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된다. 냉전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한반도에서 비정상의 독립기념과 광복이 지속되고 있다. 통일이 없이는 독립도 광복도 없다. 우리는 지난 70년간을 독립도 광복도 완수하지 못했으면서 허상을 기념해 왔다. 이는 자신을 속이는 참으로 못난 짓이었다. 우리는 이상화 시인의 한탄처럼 꿈속을 헤매듯 지난 70년을 걸어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8.15 해방 기념 8일 전인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통일은 한반도의 비정상을 극복하는 궁극의 길이며, 한반도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아픔을 치유하는 근원적 처방”이라고 말한 듯하다. 대통령의 그 메시지는 현 시점의 우리민족의 시급한 과제를 깊은 심중에서 토로했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남북 당국자들이 ‘한반도의 비정상을 극복하는 궁극적’이고도 유일의 길인 지난 70년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립과 대결만으로 70년 분단의 벽을 허물 수 없다는 기본진리를 바탕으로 진정한 ‘신뢰 프로세스’ 로 대화를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상호신뢰의 발전은 상호체제 존중의 정신 하에 양국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아시아는 세계의 중심무대가 되고 있다. 남북한 해외동포 8,150만 동포는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쓰지도 못하는 수십조 원을 낭비하며 살상무기를 사 들이는 것도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무기에 쓸 막대한 돈을 합하여 통일 조국을 위한 세계적인 경제개발에 쓴다면 우리 조국은 세계 최강국 중의 하나로 급부상할 것이다.

그때는 빼앗긴 들이 아니라 다시 찾은 산과 들에 노랑나비 나래를 타고 진정한 민족의 봄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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