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을 읽는 힘

2014-1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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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리더는 상대방의 마음과 의도를 읽는 힘이 탁월해야 한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는 공보수석이 대통령의 마음을 바로 읽지 못하면 국정 운영의 혼란이 온다. 일선 지휘관이 군 사령관의 전술적 의도를 바로 알아채지 못하면 전쟁에 패한다.

웨스트포인트에서 영관급 지휘관 의도서 (commander’s intent, CI)를 받아 든 하급 지휘관들이 유사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조사했다. 그 중 단 34%만이 영관급 지휘관의 의도와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상관의 의도를 바로 알아챈다는 것이 어려웠다는 말이다.

지휘관의 의도(CI)란 무엇인가. 직속상관으로부터 상세한 지시가 없더라도, 혹 남아있는 병사가 단 한 명뿐이라도, 모든 병사들이 공통적으로 취해야 할 최후의 전략 목표를 말한다. 그러므로 CI는 돌출상황이 발생하면 쓸모없게 될 불필요한 설명 따위는 서술하지 않는다. 지휘관의 의도가 오독(誤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차 세계 대전 중 지중해는 영국 해군과 독일 해군의 치열한 각축장이었다. 당시 독일은 막강한 구축함 괴벤호(Goeben)를 중심으로 러시아 해군의 지중해 진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영국 해군은 근처에 있는 오스트리아 함대가 거슬리기는 했으나, 괴벤호를 포위, 침몰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영국 지중해 함대 사령관 어니스트 트로우브릿지 소장의 함대가 괴벤호를 완전 포위했다. 그러나 웬일인가. 그가 영국 해군 장관의 의도를 오독하는 바람에 다잡은 괴벤호을 놓치고 말았다.

당시 영국 해군 장관은 윈스턴 처칠이다. 처칠은 괴벤호를 꼭 침몰시키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 해역에 주둔하고 있는 강력한 오스트리아 함대가 문제였다. 처칠은 “현 단계에서는 아군보다 우세한 군사력에 대응하지 말 것이며...”라는 내용이 담긴 전투 명령서를 하달했다. 괴벤호를 침몰시키되, 오스트리아 전함과는 맞서지 말라는 것이 처칠의 의도였다.

그러나 트로우브릿지 제독은 처칠의 의도를 잘못 읽었다.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독(判讀)했다. 그 틈을 타 괴벤호는 영국 해군의 철통같은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흑해로 달아나고 말았다.

다 잡았던 괴벤호를 놓쳤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처칠은 땅을 치며 경악했다. 자신의 명령서가 그런 식으로 해석되리라고 처칠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윗사람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이런 실수가 생긴다.

사무엘서에 나오는 다윗은 그를 부르신 하나님의 의도를 잘 알고, 창의적으로 처신했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나님의 의도를 확신했던 다윗은 거인 장수 골리앗을 바라보고 떨지 않았다. 자기를 부르신 하나님의 의도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그분의 의도를 이루어 드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깊이 모색했다.

의도를 깊이 모색하면 길이 열린다. 창의적이고 담대한 사람이 된다. 다윗의 기적적 승리는 하나님의 의도를 깊이 모색한 결과로 왔다. 당신은 탁월한 리더를 꿈꾸는가. 당신을 움직이는 자의 의도를 잘 읽어 낸 다윗과 같은 인물이 되라. 그때부터 당신은 탁월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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