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말 스트레스와 수퍼 맘

2014-12-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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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정신과 전문의)

가을 끝자락이 지나고 본격적인 겨울이 되면서 명절분위기가 물씬하다.
연말이 되면 중년 직장여성 환자들한테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시간이 없어 큰일이네요.” “왜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려고 내 무덤을 파고 있는 거죠? 그냥 적당히 일을 준비하는 게 왜 그리 힘들죠?”라는 그들의 호소에 이해가 간다. 지금의 연말문화는 이렇게 대부분의 주부들과 직장여성들을 ‘Human being’이 아닌 ‘Human doing’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직장에서 능력 있고 가정에서 헌신적인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하는 여자를 수퍼 맘이라 부른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함은 물론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에 빠지고 긴장감에 휩싸인다. 수퍼 맘들의 대부분은 심리적으로 강박적 사고와 타입 A 성격, 어느 정도의 위선자 증상(Impostor symptom) 그리고 맞벌이 엄마로서의 죄의식도 가지고 있다.


이제 스트레스란 단어는 일상용어로서 심리적 불안감이나 불편함, 불만족을 뜻한다. 의사를 찾는 이유의 80-90%가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어 건강의 주적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심해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까? 다행한 일은 연말의 스트레스는 언제 시작하고, 언제 그치느냐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사회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조절하고 처리해야 하나’에 대한 글과 서적, 강좌들로 넘쳐나고 있다.

골프를 잘 치려면 스윙연습을 많이 해야 되고,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건반을 쉴 새 없이 두드려야 된다. 연말 준비를 하거나, 예쁘게 집을 수리하거나, 손님을 초대하거나, 시험성적을 뛰어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스트레스로 우리의 삶을 존속시키고 윤택하게 해준다. 그러나 수퍼 맘의 경우처럼 더 높은 삶과 더 많은 도전을 끝없이 추구하다 보면 일에 파묻히고 시간에 쫓겨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전적으로 외부환경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은 더 많은 스트레스는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오는 것이다. 좋은 스트레스가 나쁜 스트레스로 변하는 것을 막는 것이 연말 증후군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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