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저지 포트리에 사는 마음

2014-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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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46번째로 작은 주이지만 1인당 주민소득은 3만7,112(2000년 기준)달러로 3번째로 높다.사과, 야채, 묘목, 정원수가 주 생산지에다 숲이 많기에 공식 별명은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라 부른다.

이곳에서는 미 24대 대통령 클리 폴렌드, 전기발명가 에디슨 그리고 이론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박사 등의 연고지이며 특히 발명왕 에디슨은 포트리가 자치 시로 독립되기 전 메인 스트릿에서 그가 발명한 영화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미 대서양 연안의 뉴저지는 허드슨 강을 끼고 있는데다 이 강변의 아름다움은 4계절 내내 이어지지만 특히 요즘의 가을단풍은 주민들이나 관광객, 통행인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가운데서도 내가 사는 포트리의 조지 워싱턴 다리 밑의 가을 절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포트리 시청으로부터 10분 거리, 허드슨 강변 오리공원(Ducks Park)에 들어가면 날씨가 따뜻할 땐 많은 인파가 바비큐를 즐긴다. 속칭 조다리를 보면서 옆의 장엄한 절벽, 마치 한국 설악산 ‘병풍바위’보다 훨씬 멋있어 보인다.

작은 언덕의 산을 수직으로 갈라 논 틈새에서 성큼 성큼 울긋불긋 수놓은 단풍, 조물주의 작품인 것 같기만 하다.이와 비슷한 병풍바위는 강변의 팰리세이즈 팍 웨이(Palesides Park Way) 20분 거리의 북쪽 톨만 팍(Tall Man Park)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때는 언제나 큰 방패 역할을 했기에 그 이름이 Fort(요새)+Lee(남북전쟁당시의 남군 총사령관)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이곳 일대에 이렇게 아름다움을 안겨준 주역은 100여 년 전 미국 제일의 재벌 존 D 라커펠러 부인이란다. 그는 이곳 지주들이 맨하탄 건축 붐이 한창 일어날 때 마구잡이로 무절제하게 산을 헐고 채석을 하는 걸 보고 이곳 일대를 전부 매입, 카운티 당국에 기부 했다. 그리고 잘 관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허드슨 강 일대는 공원과 보행로 그리고 선착장이 들어서고 위에는 미 고속도로 8경으로 꼽히는 파크웨이까지 가든 스테이트의 면모를 갖췄다고 여겨진다.

이런 모습을 보려면 뉴저지 포트리에 사는 나 자신 뿌듯한 마음과 은은한 자존심을 가지면서 시간 날 때면 이곳에 내려가 걷기 운동을 한다. 그리고 서툰 솜씨로 셀폰에 몇 컷 담아 오곤 한다.

위 글을 쓰는 동안 기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문득 오 헨리의 명작 ‘마지막 잎새’가 떠오른다. 젊은 작가에게 삶의 희망을 주면서 자신은 빛도 못 본 체 세상을 떠난 60대 노심의 그 발자취. 떨어지지 않는 담쟁이덩굴 한 잎을 밤새 그리고 간 그의 헌신적인 정신.

이런 사색(思索)에 잠기면서 이곳 병풍바위 어느 한 구석에도 누구에게 희망을 줄 마지막 한 잎의 담쟁이덩굴 잎새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렇게 써 본다.

많이 정 들었나보다/힘들게 달려온 나도 모르게/붉게 수놓은 너는/나의 가슴을 붉게 물들였단다/또다시 곱게 수놓았던 네가/모진 추위와 바람을 이기지 못한 채/헐벗는 이 순간/나도 그 정에 금 가지 않게 하리.

원종완<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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