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매스테’

2014-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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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현대인들은 매우 풍요한 물질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밖에 안 되는데 세계 천연자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문명과 기술이 발달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편리한 생활 속에 더없이 만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그럴까?우리의 생활은 정말 편리해지고 살기 좋아졌다. 그럼에도 만족도는 옛날보다 훨씬 불만스러운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돈이 많고 좋은 것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현실에서 잘 느끼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원하던 목표와 소망을 이루게 되면 그걸 채 음미할 여유도 없이 또 다른 목표와 비전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남는 것은 행복감과 기쁨보다는 오히려 허탈감과 상실감뿐이다.

달라이 라마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어느 기자가 “다음은 뭐죠?” 하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결국 우리의 문제는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데에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놀라운 일들, 우주의 완벽함, 자연의 위대한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인생은 너무도 소중하고 값지다. 눈높이를 이런 사실에 맞춘다면 아무리 작고 평범한 일이라도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지 않을까.

벌써 갑오년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올 한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을까. 오늘을 생의 마지막처럼 살라고 했는데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았는지. 또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살았는지. 감사할 조건 투성이인데도 불만으로 가득찬 생활을 하지는 않았는지... 한해 말미가 되고 보니 후회 되는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돌아보니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귀중하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절실히 와 닿는다.

우리는 각자 올 한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을 것이다. 비록 이룬 것은 별로 없고 실패했다 하더라도 후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면 새로운 내일이 다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훗날 자기 자신이 극히 일부밖에 실현하지 못하고 살았다고 자책했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기에 오늘도 희망과 용기로 도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후회나 미련 같은 건 내려놓자. 잘못된 부분은 새 삶의 거름으로 삼고 새로운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자. 지금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은 경제적 실패로 좌절감에 빠져 있고, 또 어떤 이는 극심한 신체적 곤경에 처해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친구로부터 받은 배신의 상처로 마음의 혼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도 이는 모두 아름다운 것이다. 살아있기에 겪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신비고 아름다움이고 고귀함이다. 우리는 아무리 힘들었어도 무사히 잘 살아남았다. 개개인이 거둔 결실은 모두 피와 땀으로 일군 살아있는 역사다.


이제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연극 ‘메디아’ 끝부분에 나오는 대사다. “메디아 뭐가 남았지?” “뭐가 남았느냐고요? 내가 있어요!” 바로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올 한해 모두 멋지고 훌륭했다. 서로 서로 ‘잘했다’ 박수쳐주고 격려해주자.

인도에서는 사람을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손을 앞에 모아 합장하고 ‘내매스테(Namaste)’ 라고 한다. 의미는 “완벽한 우주가 깃든 곳에 당신이 살아있음을 영광으로 여깁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 나 또한 있음을 경하합니다.” 우리도 올 한해 무사히 지나온 것에 감사하며 서로 손을 맞잡고 한해를 마무리해보면 어떨까. “내매스테!”

여주영(주필)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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