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2014-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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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 목사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달력에서 찾아본다. 벌써 마지막 달력 앞에 선 우리의 마음은 기쁘지만 않다. 누가 가는 세월을 잡겠는가? 자기 나이에 따라 세월이 빠르게 흐른다고 했다. 그렇다고 초조하게 오늘을 지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난날을 돌아봐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왔으니 시간을 탓하고만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과거가 없었다면 오늘은 우리에게 찾을 수가 없다. 과거는 현재의 디딤돌이 되어 새로운 오늘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요사이는 과거의 100년이 1년에 다 이루어진다고 했다. 과거에 쌓아놓은 시간과 경륜이 오늘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 가지 발명을 위해 1,000번이 넘게 실험을 했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과거 시간이 오늘 우리가 편리하게 살고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과거는 좋은 길의 준비가 되기에 결코 헛되지 않은 날들이다. 그래서 마지막을 알리는 12월의 달력 앞에서 초조해 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고 후배에게 시간의 귀중함을 보여주자.


솔직히 사람은 누구나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앞선다. 왜 일까? 우리는 눈에 보이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시간 카이로스에 우리의 마음과 시각과 관념을 모아보자. 그리하면 시간의 독촉이나 촉박함이나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새로운 삶의 길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은 육신의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시간의 일부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육신의 한정된 시간은 영원한 시간의 한 부분이다. 어느 시인의 귀향에서처럼 우리는 이 세상에 즐거운 소풍을 왔다. 시간은 순간일 뿐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인생의 길이는 짧고 길수도 있지만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가진 자나, 못가진 자나, 배운 자나, 못 배운 자나 꼭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지나는 시간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충실성에 우리의 초점을 맞춰보는 지혜의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때 우리의 시간은 역사를 이루어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결코 후회함이 없을 뿐 아니라 먼 훗날 우리의 삶이 카이로스로 이어질 때 보람이 우리의 뒤를 따를 것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지혜를 가져다준다. 크로노스는 카이로스로 인도한다. 육신의 시간을 영원의 시간으로 인도해 준다. 이제 우리는 이 지혜에 우리의 초점이 맞추어 졌으면 한다. 우리의 시간이 이생의 삶에서 끝나면 인생을 가르쳐 허무하다 할 것이다. 예술보다 더 긴 카이로스가 우리 앞에 있음을 알자. 그때 우리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바르게 살 것이며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삶의 가치요 보람일 것이다. 오늘을 바르게살기에 내일이 있고, 과거가 아름답다. 사람은 과거에 매일 필요도 없고 미래의 포로가 될 필요도 없다. 바로 오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내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제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아니 희망에 찬 마음으로 마지막 남은 달력에서 하루하루를 지워가자. 되새김이 필요하면 되씹어보고, 버릴 것이 있으면 과감히 버리자. 보람된 것은 철저히 간직하자. 내일은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조금도 후회함이 없는 한해가 되고 새날을 맞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날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작은 흔적이 남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이제 더 할 것이 없지 않는가 하는 체념으로 시간의 초조함이 숨을 막는다. 이제부터 우리는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바꾸며 살아가면 호랑이의 가죽보다 더 귀한 우리의 이름이 영원으로 이어지면서 카이로스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며 전능자의 뜻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바라면서 내일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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