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5일 ‘2014년 뉴욕시장배(NYC Mayor’s Cup) 크로스컨트리 챔피언십’ 대회가 열렸던 브롱스 밴 코틀랜드팍. 대회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학모들과 친구들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한 소녀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시 특목고의 하나인 시티칼리지(CCNY) 수학·과학·기술고 11학년에 재학 중인 이슬(17·미국명 미셸)양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여자 주니어 바서티(Junior Varsity) 2.5마일’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며 25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경기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하던 이양은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는 중반부터 특유의 스피드를 발휘하며 1위로 치고나간 후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았고, 결국 17분46.36초를 기록하며 2위와의 격차를 30초가량 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양의 우승을 예상치 못했던 팀 코치는 이양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메달을 목에 걸자 감탄사를 연발하며 “보다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다면 뉴욕주 대회의 수상도 유력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양의 승리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학교설립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 대회 우승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양은 “당초 팀으로 출전하려 했으나 부득이하게 개인전에 출전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우승까지 하며 학교 이름을 떨치게 돼 저 스스로도 정말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크로스컨트리에 대해 잘 몰랐던 이양은 심신을 단련하자는 아주 소박(?)한 마음을 갖고 교내 크로스컨트리 팀에 들어가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 후 크로스컨트리의 매력에 푹 빠져 주 5일 연습에 매진하며 체력과 기술을 향상시켜 나갔다고.
특히 올해부터는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을 받아 한 학년 위 선배와 함께 캡틴에 선발돼 50여명의 팀원들을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는 코스의 기복이 많아 일정한 리듬으로 달릴 수 없기 때문에 강한 투지가 요구된다고 강조한 이양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강한 정신력”이라며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양은 운동 뿐 아니라 공부와 음악에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6년 전부터 시작한 클라리넷은 수준급 실력으로 명문 청소년 오케스트라 ‘COS’(Children Orchestra Society) 단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링컨센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친 오빠와 함께 수석 클라리넷을 번갈아가서 맡으며 음악적 재능을 보이고 있다.학업 성적도 100점 만점에 96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우수하다. 특히 언어에 관심이 많아 장차 학생들에게 언어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교수도 꿈꾸고 있다.
이양은 “지난해 선생님께서 제가 쓴 에세이를 보고 배우라며 반 친구들에게 소개해 아주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있다”며 “저도 훌륭한 선생님이 돼 저 같은 10대 청소년들에게 많은 도움과 영감을 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