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현아, 해도 너무 했다

2014-12-13 (토)
크게 작게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지난 12월5일 뉴욕 JFK인터네셔널 공항에서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전 세계 뉴스거리가 돼 버린 이 일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망신을 시킨 것이라 많은 한국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의 발단은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떠나려던 대한항공(KE086) 기내에서 일어났다.

1등석에 타고 있던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40)씨에게 승무원이 봉지를 뜯지 않은 견과류(땅콩종류)를 건넸다. 이에 조부사장은 사무장을 불러 고함을 치며 왜 견과류를 뜯어 그릇에 담아 건네지 않고 그냥 주게 했냐며 매뉴얼을 찾아보라고 했다. 사무장은 매뉴얼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일은 여기서 부터다.


이미 활주로로 들어서기 위해 공항탑승구를 떠난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로 돌리라고 조부사장은 기장에게 엄명(?)을 내렸다. 기장은 조부사장의 명령대로 비행기를 다시 탑승구에 대려 뒤로 이동했고 사무장은 비행기에서 퇴출됐다. 조부사장은 대한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씨의 맏딸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려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무리 자신이 그룹회장의 딸이요 항공사의 부사장이라 해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비행기에 사고가 난 것도 아니요, 승객이 250여명이 탄 여객기를 다시 뒤로 가게 하여 탑승구로 향하게 한 것은 해도 너무했다. 비상식이다.

이 사건에 대한 대한항공측의 발표가 더 그럴듯하다.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한다는 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항공기가 10m도 이동하지 않아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며 조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녀의 언행이 정당함을 주장했다.

북치고 장고치고 조부사장이나 대한항공이나 똑같다. 회사 입장을 발표하는 부서야 부사장 눈치보랴, 그룹회장 눈치보랴 어쩔 수 없는 변명이라도 만들어야만 하니 그렇다 치자. 그럼 그 날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냥 짐짝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발상의 발언일 뿐이다.

대한항공은 한문으론 大韓航空, 영어론 Korean Air다. 실히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비행기에 달고 다니는 항공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조현아씨의 어린애 같은 언행으로 인해 항공사 자체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마저도 떨어뜨리는 불상사가 되었다. 이젠 엎질러진 물이라 떨어진 국격을 어찌 회복해야 하나.

조현아씨는 대한항공에 비행기가 많은데 이런 일을 저지를 바엔 차라리 자가용 비행기라도 타고 다닐 일이지 무슨 망발인가. 그녀는 모든 회사직함을 사임했다고 하는데 사표를 내면 뭐하나. 아버지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가 다시 복직될 건데. 참으로 본인망신, 아버지망신, 회사망신, 나라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선 물러나지만 등기이사직과 칼호텔 사장직은 계속 한다니 아버지의 배려인가보다. 이참에 호텔 사장과 이사직도 물러나 조용한 곳에 들어가 인간수업을 더 하고 나오는 게 어떨까. 몇 년 전 노인에게 행패를 부려 논란이 되자 산에 들어가 인간수업을 하고 나왔든 최 모 배우처럼.

그동안 나라 사랑 한다고 국적기인 대한항공만을 고집스레 타고 고국을 왕래했다던 뉴욕의 한인들이 뿔났다. 대한항공불매운동을 시작한 거다. 승객에 대한 진정한 서비스보다는 총수 일가의 말에 벌벌 떠는 대한항공은 앞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민망스런 일이, 한인들의 집단분노까지 터뜨린 거다. 이번 사건은 부자들 자녀와 권력형 부모를 둔 자녀들에겐 시금석(試金石)이 돼야 할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