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일 밥을 한다는 것

2014-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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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여보, 당신도 은퇴하면 밥을 해야 해!” 하고 아내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더러 밥을 하라고? 기가 찬 말이었다. 은퇴를 몇 년간 미루었다. 결국 일 년 전에 은퇴를 했다. 다행히도 아내가 계속 밥을 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

어떤 친구는 자기 아내도 매일 밥을 해주고 있으니까 나더러 아내 자랑하지 말라고 말했다. 친구에게, “당신 아내가 매일 밥을 해주고 있다고! 좋은 아내를 갖고 있구만, 좋은 아내하고 같이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란 것을 알고나 있게”라고 말해주었다.


밥을 매일 한다는 것이 따지고 보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친구 아내가 넘어져서 다리뼈가 부러졌다. 기브스를 했다. 부러진 다리로 걸어서는 안 되기에 집에서는 아예 기어 다닌다. 밥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남편에게, “여보, 간장 좀 가져다줘”, “여보 소금 좀 가져다 줘”, 그러면서 아내는 계속 고추 가루며 마늘, 파 등을 가져오라고 하니까, 남편이, “왜 그리 많은 것을 집어넣어? 그냥 대강 만들어서 먹자”고 하더란다. 아내는, “남자들은 음식 만드는데 많은 양념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니까” 하면서 남자의 무지를 탓했다. 하지만, 다리가 부려졌는데도 남편의 밥을 해주는 여자! 나의 눈에는 이 여자가 천사로 보인다.

부부 의사가 있다. 가서 보니까 남편이 음식을 만들면서 부엌일을 하고 있다. 의사 아내가, “저는요 남편 밥을 해주기 위해서 미국에 온 것은 아니에요, 결혼 첫날부터 저는 밥을 일부러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부엌에 들어가서 밥을 하더라구요.” 라고 말했다. 남편이 다행히도 밥 짓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부부를 궁합이 아주 좋은 부부라고 부른다.

어느 여자는, 결혼 전에 남편이 자기를 위해서 모든 일을 다 해주었다고 했다. 결혼 후에도 남편이 자기를 위해서 모든 일을 다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다. 결혼 한 후, 남편이 자기더러 밥을 하라고 하더란다. 한바탕 싸웠다. 그리고 싸움에 졌다. 지금도 하기 싫은 밥을 매일 짓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결혼을 하려고 하는 젊은 남녀하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나는 그들에게 책임분담에 대해서 물어본다. 누가 밥을 할 것이고, 누가 재정을 담당할 것이고, 아기가 태어나면 밤중에 누가 일어나서 우유를 먹일 것인가에 대해서 물어본다. 결혼하기 전에 분명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해 놓으면 결혼 후에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떤 부부는 둘 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루는 아내가 불평을 했다. 당신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러니까 밥을 우리 같이 분담해서 짓자고, 그래서 일주일에 나흘은 집에서 아내가 밥을 짓고, 그리고 나머지 3일은 남편이 아내를 식당으로 데러가서 저녁을 먹는다. 하여튼 둘이가 타협할 줄만 알면 만사는 형통해지는 법이다.

“여보, 당신이 만든 음식은 맛이 좋단 말이야” 나는 가끔 아내를 칭찬해준다. 칭찬을 들으면 음식이 더 맛있게 만들어진다. 음식 맛은 아내의 남편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의 표시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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