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성들이 무슨 봉인가!

2014-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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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970년대 서울에 살면서 세운상가엘 자주 다녔다. 세운상가는 청계천고가도로 옆에 있었다. 당시 청계천은 포장됐고 위엔 부속상들로 들어차 있었다. 시민들은 청계천이 있는 것조차도 모르고 지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당선 후 청계천복원사업을 전개했다. 복원사업은 2003년 7월1일 착공하여 2005년 9월30일 완공됐다.

복원된 청계천은 서울의 명물이 됐다. 서울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은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놀이공간으로 자리매김하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아마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시장으로 지내던 중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명박 시장은 후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명박대통령은 청계천복원으로 시민들의 갈채를 받아서인지 곧바로 4대강 사업을 전개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살려내어 청계천복원처럼 쉽게 끝나면 서울시민이 아닌, 전 국민에게 더 큰 박수갈채를 받을 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돈만 들어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여름만 되면 녹조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심한데 이를 다시 바로잡으려면 65조원의 돈이 더 필요하단다. 일부 비판가들은 “4대강 살리기는 4대강 죽이기였다”고까지 한다. 1조원이란 1,000억 원이 10개가 모인 돈이다. 계산적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 큰돈이다.

이런 돈은 다 어디서 나오나. 정부가 찍으면 되는 돈들인가. 그렇지 않다. 모두 다 국민의 혈세(血稅)에서 나오는 돈들이다. 이대통령은 재임 시 4대강 사업에만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아님이 요즘 속속 들어나고 있다. 해외자원으로 에너지 자수 개발률을 높인다는 명분으로만 들어간 돈이 41조원이나 된다.

이 대통령이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에는 멕시코 불레오 구리광산투자, 캐나다 하베스트인수와 투자, 영국 다나사 투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락플라츠 유연탄광개발사업, 이라크의 쿠르드유전개발사업투자 등이 있다. 하베스트 투자 하나만 봐도 69개 사업에 27조가 투입돼 현재 회수된 수익은 3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언론인이 “MB를 심판하라”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내용인 즉,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4대강 사업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 하겠다’고 했으나 취임 2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의 언급이 없다. MB진영의 반발을 의식해서라지만 다른 배경이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을 합쳐도 연간 10조원인데 22조원을 뿌린 4대강 사업에 화살이 돌아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MB가 해외순방을 통해 자원외교를 총지휘했고 친형 이상득은 남아메리카를, ‘왕차관’ 박영준은 아프리카를 휘젓고 다니는 등 MB정부는 5년간 엄청난 돈을 뿌렸다”고 썼다.

그런데 문제는 자숙이라도 해야 할 이명박 전 대통령측의 태도다. “국정조사 하면 당의 분란이 클 것이다.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느니 하며 똥 싼 놈이 방귀 뀐 놈한테 역정을 내듯이 오히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하니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심할 뿐이다. 차제에 박근혜대통령은 용단을 내려야만 한다.

용단이란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것은 밝혀 국민 앞에 내 놓아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분의 얘기다. “빈부의 격차와 서민들의 고충이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서민들의 고충. 그게 다 수십조 원을 길에다 뿌려버린 MB정부의 탓이 아닐까도 싶다.

청계천을 거니는 시민들의 모습은 보기에 좋다. MB의 청계천복원사업, 잘한 일이다. 허나, 4대강이니 해외자원개발이니 해서 낭비한 돈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혈세(血稅)로 매워야 한다. 백성들이 무슨 봉인가! 정부가 흥청망청 쓴 돈들을 백성들이 막아줘야만 하니 그렇다. 박근혜정부가 MB를 심판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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