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세일쿠폰 넘쳐나는 할러데이 시즌

2014-12-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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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경제팀 기자)

요즘 이메일을 열면 10통 중 7~8통은 샤핑과 관련된 것이다. ‘오늘 대박 세일 놓치지 마세요’, ‘오늘 사면 50% 할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선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등 온갖 현란한(?)광고 문구로 현혹시키며 자연스레 클릭하도록 만든다.

언제인가부터 ‘연말=샤핑 시즌’이란 공식이 성립됐다. 예전엔 ‘블랙 프라이데이’나 돼야 가족과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는 10월만 돼도 백화점과 온라인 샤핑 업체들이 갖가지 제목을 붙여가며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매일 수십 장씩 집으로 날아드는 광고 전단지, TV만 켜면 나오는 세일광고를 보면서 특별히 살게 없으면서도 샤핑에 나선다.


한 통계에 따르면 소매업체 한 해 매출의 40%는 11~12월 연말 시즌에 나온다고 하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원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하루 종일 파격적인 세일을 펼치는 날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통업체들이 이날 하루로 만족할 수가 없어 점점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은 대부분 추수감사절 당일 오후 5~6시부터 시작됐다. K마트는 이도 모자라 오전 6시부터 문을 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연말은 사랑하는 가족, 친지, 이웃들과 한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기간이 아닌 소비의 계절로 의미가 변해가고 있다. 요즘은 추수감사절 저녁 가족들이 구운 터키와 함께 저녁 만찬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한정판 세일 제품을 먼저 사기 위해 상점에 일찌감치 나가 줄을 서는 것이 새로운 풍경이 됐다.

블랙 프라이데이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백화점으로, 샤핑몰로 소위 득템(좋은 아이템이나 고가의 아이템을 얻었다는 뜻)에 나선다. 연말 할러데이 시즌은 분명 지속되는 불경기에 비즈니스들에게는 한방에 만회할 수 있는 시기다. 소비자들 역시 평소 사고 싶었던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카드 대신 세일 쿠폰들이 넘쳐나는 현대의 연말 풍경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여겨지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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