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해골을 메고 가라

2014-12-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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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수(신학대 교수/목사)

한국 청주 선산에 계신 고 민흥기 아버님을 뉴욕으로 모셔와 지난 11월 15일에 롱아일랜드 묘소에 계신 어머님과 합장하는 이장 과정을 통해 세 가지를 새롭게 느꼈다.

첫째는 인생의 허망함이다. 36년 전 돌아가셨을 때는, 시신이지만 그래도 아버님의 형체가 있었기에 죽음에 대한 충격을 덜 받았었다. 그러나 이번 이장 과정에서 살은 다 썩어 사라지고, 시신을 싸놓은 베옷 안에 남은 해골과 갈비뼈, 팔뼈, 다리뼈 등, 뼈만 남은 주검만을 생생한 사진으로 보았을 때의 충격은 실로 컸다.


울컥 통곡이 쏟아지며,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 왔었다. 아버님의 투병생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공감치 못했던 철없던 시절, 장례를 치루고 난 이후에 때때로 옛 추억을 되살리지도 않고, 제대로 장지도 찾지 않았던 무심함 등등, 회한이 뼈를 사무치게 했다.

둘째는 새롭게 발견된 가족애다. 먼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죽어서까지라도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어머님의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다. 아버님이 가정생활을 등한시하여 9남매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아버님에 대한 불평불만을 자식들에게 털어놓지 않으셨던 어머님! 일부종사하시며 평생을 함께 하셨고, 사후에서도 함께 지내고 싶어 하시는 부부간의 사랑!

다음은 부모님이란 한 뿌리에서 모든 형제자매가 나왔음을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다. 그간의 오해와 그로 인한 잘못과 갈등이 있었을지라도, 가장 밑바닥엔 서로에 대해 배려하려는 애틋한 마음들이 있었다. 한 뱃속에서 나왔을지라도 이해방식과 표현방식의 차이가 있어, 그에 따른 아픔들이 서로 간에 있었던 것인데, 그 모든 것을 과거로 돌리고 서로 용서하며, 이해하며, 격려해 주려는 모습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마지막은 하늘 천국에 대한 더 깊은 신뢰이다.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까지 건너와 어머님과 합장한 아버님의 유골. 이 이장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유골이 된 아버님이 ‘장차 내가 미국으로 옮겨 가겠구나’ 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하늘나라는 확실히 존재한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가서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 14:2-3)란 예수님의 약속은, 과거 출애굽이란 사건이 이루어졌던 것과 같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지금은 능히 생각할 수 없는, 그러나 눈물과 아픔이 없고, 오로지 평강과 생명, 기쁨이 넘치는 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요셉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고 “내 해골을 메고 가라” 고 부탁, 나아가 자손들에게 맹세케 했다.

우리는 부활하여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살 약속의 나라 천국을 바라보고 인생을 살아가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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