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서관 같은 사람이 된다면...

2014-11-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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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피아니스트)

월요일 오전 오후에 있을 레슨까지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난 커네티컷 그리니치 도서관을 이용한다. 시원한 통창으로 받는 아침햇살과 막대한 양의 신간도서들... 미국도서관들 대부분이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만 지적인 기품과 편안함의 조화가 잘 이뤄진 곳이라 생각된다.

조명의 조도와 자연광의 어우러짐이 주는 편안함 자연광인지 조명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일치감이 이곳의 장점이고, 크림톤의 건물 외관과 외관의 글씨폰트의 세련미까지... 이곳의 공간감은 갤러리에 와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조화 안에 깊숙이 침잠해 있고 싶은, 책에 관심 없던 사람조차도 이분위기에선 잡지라도 한권 손에 붙들고 있고 싶게 만드는 문화적 힘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또한 매주 정해진 시간에 들르는 익숙한 곳이지만 매번 새로운 설레임으로 나를 들뜨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득, 무엇이든 가깝게 또는 친밀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이곳에서 배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기술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편안함을 지니고 나에게서 헤어 나올 때의 어느 정도의 아쉬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님 지겨움과 부담스러움을 주는 사람인가?나는 언제나 모두에게 다가가기에 편안함으로 열려있는 자연스러운 사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신선한 설레임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지겨움과 부담스러움을 주는 사람인가? 도서관에서 배우는 인간됨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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