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

2014-11-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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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스캔런 (Brian D. Scanlan)뉴저지 주 와이코프 자치구 의원

뉴저지 주 와이코프 자치구 의원이자 국제의학전문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있는 나는 업무상 자주 해외 출장을 다닌다. 특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힘을 합쳐 이룩해 온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 대해 만나는 사람들마다 커다란 존경심과 경의를 표해 왔다.

옛 것과 새로운 것들이 놀랍도록 잘 어우러져 있는 현대적인 도시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는 1394년에 건립되었다는 3층 높이의 경복궁이 웅대하게 자리 잡고 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재건되고 복원되면서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나는 시내 한 복판에서 경복궁과 북악산이 마주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면서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애플이나 GE같은 미국의 거대 기업이 저 아름다운 경복궁과 북악산 뒤로 불쑥 튀어 나온 높이 40미터가 넘는 고층 사옥을 짓겠다고 한다면 한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서울시 당국은 그런 계획을 승인해 줄까? 아마도 십중팔구 그러한 발상과 계획은 서울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한국인들의 거센 반발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LG전자라는 한국 기업이 뉴저지주 와이코프 인근 잉글우드클립스 자치구에 대규모 땅을 매입해 자사의 미주 본사 사옥으로 쓰겠다며 고층 빌딩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잉글우드클립스에는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북악산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팰리세이즈 절벽’이라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대대로 보존되어 왔다. 맨하탄 서북쪽 허드슨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팰리세이즈 절벽은 한국의 북악산과 같이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숲과 절벽으로 이루어진 멋진 자연 경관이자 뉴저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미국의 자연 경관을 훼손하는 고층 사옥 건립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LG전자와 뉴저지 주 지역 주민, 환경 단체, 시민들과의 갈등과 마찰은 갈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LG 전자는 이로 인해 미국 시장 한복판에서 많은 미국인 고객들을 잃게 될 것이다. LG 고객의 한 사람인 나부터 미국의 소중한 자연 경관을 파괴한 LG라는 상표가 붙은 제품을 다시는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고, LG라는 한국 기업이 수많은 미국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팰리세이즈 절벽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린 일에 대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야기 하고, 또 그들이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LG는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해당 지역에 27에이커라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LG전자는 주변 자연 경관을 훼손하지 않도록 사옥의 높이를 낮추고 수평적으로 넓게 지어도 얼마든지 사무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 정파를 초월한 네 사람의 전직 주지사들과, 현 주지사, 지역 주민, 환경 단체, LG전자에 직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과 평생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선량한 지역 주민과 미국 시민, 자원봉사자들까지 가세해 LG전자의 고층 신사옥 건립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지역의 고층 신사옥 건립을 불법화하는 법안까지 발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가 지역 언론 매체에 낸 광고에는 “신축할 본사 빌딩은 (뉴욕 맨하탄 서쪽에 있는) 클로이스터스 박물관에서 바라보면 수목 한계선 위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거의 보이지 않을(barely visible)’정도라면, 그리고 건물의 높이 때문에 지역 사회와의 심각한 갈등과 마찰을 유발하고 주변 자연 경관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전혀 보이지 않도록 높이를 좀 더 낮추는 것은 어떨까?

나는 LG전자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끊임없는 갈등과 마찰에 휘말리고 있는 인근 지역 자치구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LG의 최고 경영자가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의 임직원과 고객,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주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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