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계절

2014-1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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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국의 자동차 왕이라고 불리우는 헨리 포드가 아일랜드의 한 고아원을 찾았을 때 이야기다. 그는 거기서 고아들을 위한 강당신축을 위해 2,000파운드의 기증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튿날 신문에 헨리포드 회장이 2만 파운드를 기증해주기로 했다고 잘못 게재되었다는 것이다. 이 일로 고아원측이 포드 회장에게 사과를 표명하고 곧 정정하겠다는 뜻을 비쳤다는데 포드회장은 웃으면서 오히려 1만8,000파운드를 더 내겠다고 했다 한다.

이것이야 말로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이를 보는 고아원이나 신문사측은 포드회장의 이런 나눔의 정신에 모두가 흐뭇해했다는 뒷얘기다.


추수감사절이 들어있는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가진 것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절기이다. 특히 연말은 가진 자들이 앞장서야 할 때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여러 혜택들을 빈곤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연말을 맞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영국에서 청교도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이를 피해 102명의 청교도인들이 117일간의 항해끝에 1620년 미국 플리머스 항에 도착했다. 이들 중에 파도에 휩쓸리고 기아와 식량난에 못 이겨 생존자가 거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이 낯선 땅에서 풍토병 등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얻은 농작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의 감사절기 나누는 정신의 기초가 되어 연말이면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덕목이 되고 있다.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려면 삶이라는 선물에 대해 작은 것에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면 보람감과 즐거움 등의 정신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베푸는 것 그 자체가 보상이다’ 라는 옛말이 그것이다.
컨설팅기업가이자 지혜를 일깨우는 베스트셀러 작가 스펜서 존스는 “내가 소유한 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사랑을 받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랑을 주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자연은 매우 아름답고 생명은 너무 소중하고 인간은 정말로 고귀하다. 그야말로 너무 귀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이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덤으로 가진 것을 나보다 더 부족한 사람과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에 내가 무엇을 더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릴 것인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뜬구름과 같은 것,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 따라 담담히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가치있는 삶은 욕심만 부리다 한 푼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가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미상무국의 통계결과 미국의 빈곤층이 현재 약5,000만 명에 이르고 실직자도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가게들도 심한 불경기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럴 때야 말로 우리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나눔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조상들은 콩을 심을 때 땅속에 세 개를 집어넣었다고 한다. 하늘에 나는 새에게 한 알, 땅에서 사는 벌레에게 한 알,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산새나 벌레들이 먹을 수 있도록 꼭 조금씩 던지면서 ‘고수레’하는 습관을 가졌고, 겨울에는 추위에 떠는 까치들을 위해 감을 딸 때는 맨 꼭대기 감 하나를 남겨두곤 하였다.

자선을 중요시하는 유대인들에게도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관습이 있다. 객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기 위함이다. 그런 돈을 살리아크 미츠바 겔트’(shaliach mitzvah gelt), 즉 ‘선행을 하기 위한 돈’ 이라는 뜻이다.

이제 곧 마음이 넉넉해지는 추수감사절, 성탄절이 다가온다. 우리도 이런 관습을 배워 꼭 여행 중이 아니더라도 당장 주변에서 고통받고 힘겨워하는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며 자선을 실천해보자. 베푸는 마음이 연말의 기분을 배로 좋게 만들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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