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5명 대 35억 명

2014-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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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누구나 다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부자란 누구인가. 물질이 풍족하여 부(富)를 축적한 사람을 일컫는다. 물질과 부란 재산과 돈을 말한다. 물질적인 부가 아닌 지식적부(知識的富)를 축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을 부자라 말하진 않는다. 어디까지나 부자란 땅이든 돈이든 재산이 많은 자들로 표현된다.

세상엔 부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비율은 또 어떻게 될까. 전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소유한 부의 규모가 지구 내 빈곤층 35억 명의 재산과 같다고 USA 투데이지가 지난 7일 보도한 바 있다. 이들 부자들의 재산은 1년 평균 6억6,800만 달러가 증가된다. 영국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의 조사 결과다.


85명 대 35억 명이라. 참 대단한 숫치다. 35억 명이란, 지구 인구 전체의 거의 절반에 해당된다. 메가 부자라 불리는 이들 안에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이 속해 있다. 빌 게이츠의 경우엔 재산을 더 이상 불리지 않아도 현재의 재산 규모로 하루 100만 달러씩 소모해야 앞으로 218년이 지나야 다 쓴다고 한다.

미국내 부호 순위 11위에 올라있는 페이스북(Face Book)창시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 그는 최근 하와이 섬의 한 해변과 농장을 1억(1,000억원)달러로 사들여 사유재산으로 만들었다. 그 크기는 무려 축구장 넓이의 350배라고 한다. 대단한 부의 소유다. 그뿐이 아니다. 오라클(Oracle)설립자인 래리 엘리슨.
전 세계 부호 중 5번째의 그는 하와이 군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라나이섬을 6억3,000만 달러를 주고 통째로 매입한 바 있다.

이렇듯 개인 사유재산에 돈을 쓰기 보다는 사회에 더 큰 돈을 쓴 사람도 있다. 미국부호 중 8번째인 마이클 블룸버그. 그는 12년간 뉴욕시장을 지내며 개인 돈 6억8000만 달러를 공익에 지출했다. 그는 빌 케이츠와 함께 금연사업과 개발도상국지원에도 수억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뉴욕시장 12년 재임 중 연봉 12달러만 받았던 그가 최근 “자식을 대학에 안보내고 배관공을 시켜도 성공할 수 있다”란 말을 하여, 부자가 되는 길이란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 되는 것만은 아님을 세상에 알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같은 부자들만 세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02년 중국에 간적이 있다. 그 당시 중국공무원의 월 급여는 약 70달러였다. 식당에서 팁 5달러를 주니 종업원이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었다. 그들 일당이 2달러였으니 5달러는 큰 액수였다. 부자 나라에 사는 기자가 중국에 가서 쓰는 달러는 참 위력이었다.

지금은 중국 상황도 많이 변했으리라. 문제는 앞으로다. 세월이 더할수록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공식은 부는 부를 불러들이고 가난은 가난을 불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인구가 100억이 될 때엔 또 몇 명의 부자들만이 전 세계의 부와 재산을 거머쥐고 지구를 호령하게 될지 지구의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11월3일 영국의 레가툼연구소는 세계 142개 나라를 대상으로 ‘2014세계번영지수’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미국을 10위에, 한국을 25위에 기록했다. 점수내용은 2008년부터 경제, 기업가정신, 국가경영, 통치능력, 교육, 개인자유, 보건, 안전, 안보, 사회적 자본 등의 8개 분야의 점수를 매겨 산정했다.

1위 노르웨이, 2위 스위스, 3위 뉴질랜드, 4위 덴마크, 5위 캐나다, 6위 스웨덴, 7위 호주, 8위 핀란드, 9위 네덜란드, 10위 미국이다. 미국과 캐나다 외의 8나라가 유럽에 있다. 살기 좋은 나라들은 유럽에 있지만 카를로스 슬림(멕시코)과 아만치오 오르테가(스페인)를 제외한 세계최고 갑부 10명 중 8명은 미국에 있다.
개인의 사유재산 보장은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나라에선 기본권에 속한다.

기본권 하에서라도 소득재분배의 법칙은 있을 수 있다. 부자들이 많아도 잘사는 나라는 있다. 굶주리는 사람 없이 모두가 다 잘사는 나라라야 살기 좋은 나라다. 85명의 재산이 35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 거 좀 과하지 않나! 세상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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