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결핍이 기적을 낳는다

2014-11-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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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탁월한 리더십은 결핍의 위기를 통하여 연단되며, 다가온 결핍의 위기를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갈 때, 종종 예기치 않은 비범한 성공이나 탁월한 창작을 만들어 낸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나 존 밀턴의 ‘실낙원’이 대표적 예다.
꿀벌은 긴박한 결핍 상황에서 정밀한 육각형 집을 지어내는 초극의 장인 정신을 발휘한다.

꿀벌이 집을 짓는 재료는 밀랍이다. 꿀벌이 밀랍 1파운드를 만들려면 꿀 8파운드를 먹어야 한다. 이 정도의 꿀을 채집하려면 9만 번을 비행해야하는 엄청난 수고가 따른다. 이렇게 귀중한 밀랍을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 반도체를 방불케 하는 얇은 타일을 만든다. 작업에는 손톱만큼의 낭비도 허락되지 않는다. 재료가 너무 귀하게 때문이다. 놀라지 마라. 꿀벌이 밀랍을 녹여 만든 벽의 두께가 0.1밀리미터도 안 된다. 디테일하고 섬세하다.


얇은 타일에 질서 꿀벌들이 질서정연하게 달라붙어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며 육각형 집을 짓는다. 연결된 부분의 오차범위가 0.002밀리미터 내외에 불과하다. 현대의 어떤 건축 기술도 따라올 수 없는 초정밀도 주택이다.

같은 벌이지만 말벌의 집은 꿀벌의 집과 큰 차이가 난다. 엉성하고 들쑥날쑥하다. 말벌은 밀랍이 아닌 진흙으로 쉽게 집을 짓는다. 진흙 구하기는 마냥 쉽다. 사방 지천에 어디에나 널려있다. 얼마든지 낭비해도 재료 걱정할 이유는 없다.

집 모양도 육각형이 아니고 느긋한 원통 모양이다. 지어놓은 집 모양은 투박하고 정교하지 못하다. 두께나 규격이 불규칙하고 미적 대칭성도 꿀벌이 지은 육각형에 비해 턱없이 빈약하다. 꿀벌이 지은 육각형의 집과 같은 세밀함과 정확성을 말벌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자원의 풍부함이 낳은 느긋함 때문이다. 꿀벌에게 있어서 집을 정교하게 짓지 않는다는 것은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꿀벌에겐 대충 대충이라는 적당주의가 용납되지 않는다. 치밀하고 섬세한 장인 정신이 필수적 덕목이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아말렉 족속은 비열하고 야비한 집단이다. 한번은 다윗이 다수의 부하를 데리고 블레셋과의 전쟁에 출전했다. 그 틈을 이용하여 아말렉이 다윗의 거주지 시글락을 기습했다. 마을을 불태우고 연약한 노인들과 부녀자들을 붙잡아 갔다. 다윗은 큰 위기를 만났다.

그러나 다윗은 절망하지 않았다.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구원의 은혜를 간구했다. 힘을 얻은 다윗은 다시 일어나 아말렉을 쳐들어가 위기를 승리로 바꾸는 역전의 용사가 되었다. 다윗에게 결핍은 축복의 원동력이 되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극심한 리더십 결핍을 겪었던 다윗처럼, 절대 결핍 상황에서 초정밀 집을 지어내는 꿀벌처럼, 결핍을 통하여 더 강해지고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위대한 리더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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