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14-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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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전 세계에 디아스포라로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의 단결력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의 미국내 결속력만 보아도 인구밀도에 비해 놀라울 정도다. 전체인구 중 3%밖에 안 되는 유대인의 미국정계 진출 현황은 연방의회에만 11%를 차지하고 있는 정도이니 주 차원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들의 이러한 정치력은 미국사회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말한다.

200여 인종이 모인 타국에서 소수민족인 한인들이 권익과 한인커뮤니티의 위상을 확보하는 길은 무엇일까. 유대인들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인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하고 투표로 한인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친한파 정치인들을 많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선거가 있을 때마다 홍보를 통해 누누이 강조해온 사실이다.


그런데 한인유권자들은 과연 어제 치러진 중간선거에 모두가 투표장을 찾아 투표를 했는가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나는 이번 선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권익과 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했는데 혹 ‘시간이 없다’ ‘관계가 없다’는 핑계로 내가 누릴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한동안 시끌벅적 하던 미국의 중간선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결과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로이 조 후보의 뉴저지주 연방하원의원 진출의 꿈이 아쉽게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이 재선에 성공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실패를 토대로 또 내일을 위한 새로운역사를 쓸 준비를 해야 한다. 남의 나라에서 이민족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유권자 등록, 투표참여, 정치인배출이라는 문제는 한시도 멈춰서는 안 될 중요한 명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커뮤니티 발전과 다가올 미래세대를 위해 할 것이라고는 아무리 들쳐보아도 정치력신장밖에 없다.

한인이민역사 100년 중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된 1968년부터 거의 반세기가 흐른 지금 한인커뮤니티는 인구면에서나 경제면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치력신장만은 여전히 턱없이 미흡한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전체 유권자들이 모두 등록이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보면 한인들이 얼마만큼 단결하지 못하는 민족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뉴욕주 아시안의 유권자 등록율은 뉴욕주 평균 유권자 등록율이 70%인데 반해 23%밖에 안 된다고 한다. 즉 타민족의 높은 투표율을 아시안들이 깎아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뉴욕주 아시안인구는 17%이다. 이 비율로 보면 주 상원의원 40명 가운데 적어도 6,7명, 하원의원 80명중 최소 13명 정도가 있어야 맞는 일이다. 그러나 한인사회는 그동안 단 한명의 주 하원의원밖에 배출 못했다. 가까스로 진출한 론 김 주하원 의원 한명이 지난 2년간 한인들을 위해 한 일은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혜택 받은 1만8,000명중 30%의 한인저소득층과 노인들에게 난방비 보조 및 아파트입주 문제 등을 해결해준 것은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영어 및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과 생계가 어려운 영세민들에게 이보다 더 큰 도움이 어디 있겠는가. 이외에도 론 김 의원은 세금보고 등도 무료로 해주었다.이런 유익을 생각할 때 정치력 신장으로 우리의 정치인을 배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인식하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인정치인 배출을 위해 다시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이번에 거둔 성패를 거울삼아 앞으로 더 확실하게 유권자 등록 및 투표참여 독려를 지금부터 착실히 해나가야 한다.

뉴욕의 전체 한인유권자 등록자 4만3,000명(60%) 외에 아직 등록 안 된 유권자는 2만5,000명이라고 한다. 뉴저지는 2만8,000명(45%)의 등록된 유권자 외 3만8,000명이 미등록된 상태이다. 이들의 전원 등록과 투표 참여가 우리의 또 다른 미래를 결정한다. 선거는 마감됐지만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변방의 그림자로 살 것인가.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각오와 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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