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힘든 한국말

2014-11-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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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영어, 한국어 둘 다 잘하기 바라는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이민 1세 부모들이 원하는 바일 꺼다. 그러나 이중언어 습득이란 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이민1세대를 보자. 미국에서 살아온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영어로 표현하기가 한국어보다 어려운 외국어로 남아있지 않은가. 때때로 한국수퍼마켓 같은 곳에서 처음 본 사람이 2세들의 서툰 한국말에 기분나빠하고 그들 부모의 문제점까지 토로하며 옆에 있는 나에게 은근히 동조하길 바라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음으로 때운다. 왜냐하면 우리집에 그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사람과 한국말에 거의 관심이 없는 큰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집사람에게 아들이 한국말 잘하길 바라지 말고 미국 사는 당신이 영어를 더 열심히 배워 대화하라고 말하면 그날 부부싸움 시작이다. 더군다나 기억력에서 집사람보다 한참 떨어지는 나는 옛날 얘기까지 나오면 잘 기억이 안나 항상 지곤 한다.

젊지 않은 나이에 이민 온 사람들은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2세들이 한국말 쓰는 것에 힘들어 하는 것을 우리 어른들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시 하고 2세들이 한국말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나무란다면 너무도 자기위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강호준(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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