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표의 위력!’

2014-11-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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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1839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의 결과는 5만1,034표 대 5만1,033표로 1표 차였다. 단 한 표차로 고배를 마신 패자는 에드워드 에버렛 현역 주지사, 희대의 승리자는 마커스 몰튼 당선자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패자인 에드워드가 선거 당일 투표독려로 동분서주하느라 자신이 투표하지 않은 사실을 잊고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투표소로 향했으나 투표마감 5분을 넘겼고, 결국 단 한 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는 자신의 한 표 때문에 주지사 자리를 내어준 소설 같은 실화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표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청교도 혁명 후 올리버 크롬웰에게 영국의회가 1645년 단 한 표 차이로 철권통치의 시작이 된 통치권을 안겼다. 그런가하면 1649년 왕인 찰스 1세가 대역죄 재판에서 135명의 재판관 중 67명이 처형에 반대하고 68명이 찬성함에 따라 단 한 표차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1875년, 프랑스는 단 한 표 차로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는 새 역사를 시작했다. 학살자 아돌프 히틀러도 1923년 단 한 표 차이로 독일 나치당의 당수가 되어 역사상 최악의 독재와 전쟁의 길을 열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단 한 표가 승부를 가르고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투표함에 넣지 못한 자신의 한 표로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누군가의 한 표가 왕의 운명과 역사를 좌우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한 표의 역사는 수두룩하게 기록되어 있다.

1776년 공영언어로 독일어 대신 영어가 채택된 것도 한 표차였다. 1800년과 1824년 하원표결에서 제3대 토마스 제퍼슨과 제6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각각 한 표차로 당선되기도 했다. 1845년 텍사스, 1859년 오리건, 1889년 워싱턴과 1890년 아이오다 주 등의 연방가입 법안 표결도 단 한 표 때문에 가결됐다. 뿐만 아니라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법안과 1941년 징집제도를 가결한 것도 딱 한 표 차였다. 우리의 모국인 한국에서는 한 표가 아닌 0.3333표가 국가의 운명을 바꿔 놓은 적도 있었다.

1954년 자유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의 종신집권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표결에 들어갔다. 당시 국회위원 수는 203명. 재적위원 2/3가 찬성해야하니 법정 정적 수는 135.3333명. 결과는 찬성 135표로 0.3333표가 부족했다. 그런데 자유당은 가결정족 수 ‘135.3333표=135표’라는 해괴한 반올림 논리로 개헌을 선포했다. 이른바 4사5입 개헌 사건이다.

이처럼 단 한 표가 개인의 운명은 물론 나라와 역사도 바꾸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내일(11월4일)은 중간 선거일이다.

뉴욕에서 론 김 하원의원이 재선에 나섰고, 뉴저지에서는 미 동부지역 최초로 로이 조 연방하원의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선거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걱정인 것은 선거 때마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한인 유권자들이 많은 것이다.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의 첫 걸음은 투표다. 투표율은 정치력의 잣대이다. 그리고 한인정치인 배출은 한인사회 발전으로 바로 이어지는 직행길이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는 ‘진정 가치 있는 한 표’로 이러한 한 표 한 표들이 모여 한인사회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인유권자들은 이제는 더 이상 포기하지 말고 내일 투표장으로 향해야한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는 한인사회 발전의 밑거름이며, 한인사회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 누군가의 한 표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다. “나 하나쯤이야 안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어?”가 아니라 “내가 해야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절대’ 잊지 말자. 그리고 우리 손으로 우리의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소중한 한 표 행사를 ‘꼭’ 실천하자.


연창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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