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이 자란다

2014-11-03 (월)
크게 작게
허병렬(교육가)

만일 탐험가 콜럼버스가 미국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가 미국대륙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콜럼버스 데이’가 있는 것은 그의 행운이었음을 말한다. 이런 분위기가 그 시절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콜럼버스는 청중을 보고 달걀을 탁상 위에 세우라고 말하였다. 여럿이 몇 번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때 콜럼버스가 달걀 한 모퉁이를 깨고, 그것을 탁상 위에 세웠다. 그렇게 한다면 누군들 못하겠느냐는 빈정거림을 듣고 “내가 한 일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콜럼버스가 말하였다는 글을 읽은 듯하다. 정말 있었던 일이라면 ‘콜럼버스의 달걀’은 재미있고 슬기로운 이야기가 아닌가.


어린 시절에 두 어휘의 뜻을 분명히 구별하려고 노력한 것 중에 ‘발견’과 ‘발명’이 있었다. ‘발견’은 세상 사람들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은 사물을 맨 먼저 찾아냄이다. ‘발명’은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여 내거나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명한 뜻을 가진 말들인데, 자꾸 혼동이 되곤 하였다. 그래서 콜럼버스의 미국대륙 발견, 에디슨의 전기 발명을 되새기며 두 말의 뜻을 구별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두 가지 말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원리를 발견하여서, 그것을 이용하여 새로운 물건을 발명하는 경우다. 에디슨이 전기의 원리를 발견하여서, 전화나 축음기 등 전기 기구를 발명하는 경우이다. 하여튼 발견이나 발명이란 말들을 일상생활 가까이에 두고 싶다. 우리들의 생활은 발견이나 발명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결코 큰 것이 아니고, 아주 작은 것으로 출발한다.

다음에 있는 예를 보자. 여기에 파란 새싹이 나왔네, 어느 날 친구의 마음씨가 아름다움을 보았다, 이곳에 굉장한 문화유산이 있는 줄 모르고 지냈지, 우리 자녀에게 이렇게 뛰어난 소질이 있을 줄이야,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 이 어려운 일을 성사시켰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작은 시작이 큰일을 했다… 등등의 모든 것이 발견에 속한다.

발명은 발견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것이 있으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소품들을 생각하여 만들게 된다. 이렇듯 작은 출발들이 성장하여서 중요한 물품을 발명하게 된다면 이를 생활의 습관으로 키우고 싶다. 발견이나 발명은 우리의 일상을 밝게,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생활 주변의 발견이나 발명품들은 온 세상 누군가의 작품이다. 이런 경향은 인류가 있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될 줄 안다.

어린이들이 발명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에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이 바라는 발명품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기계, 내 친구 로봇, 말만하면 즉각으로 나타나는 음식 만드는 기계, 숙제를 내 대신 해주는 손, 마음대로 타고 날아다니는 내 비행기... 끝없이 이어진다. 그들이 원하는 발명품목을 듣고 하는 말이다.

“다 재미있는 생각이에요. 그게 바로 어린이들이 발명할 물건들이라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요. 그 결과 가지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옛날, 로댕이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생각이야 말로 끝없는 즐거움이다.” 그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보물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이게 바로 인류가 성장 발달할 수 있는 바탕이다. 가끔 듣게 되는 생각하기 싫다, 생각해 뭘 해, 생각했다고 그 일이 풀리나, 그것은 오직 생각뿐이지... 등의 말들은 생각하는 힘을 약화시킨다. 반대로 굉장한 생각이다, 생각만 들어도 용기가 생긴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나왔을까, 백만 달러 주고 그 생각을 사겠어, 생각하는 나무를 기르고 있나봐...등의 말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나무에 뿌려주는 성장비타민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