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불어 감사하는 복된 삶

2014-11-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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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11월이 된다. 2014년이 시작됐다고 좋아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1월이다. 세월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 11월은 미국에선 추수감사절이 있는 달이다. 아기 예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가 기쁨을 가져다주는 날이라면 추수감사절은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해 감사하는 날이다.

11월부터 12월은, 이처럼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있는 달이요 년 말이라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더 잘 간다. 금방 2015년이 된다. 이때를 맞이하면 모든 단체들이 불우이웃돕기를 하며 더불어 살아가길 희망해 본다.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배려야말로 세상을 훈훈하게 만들어가는 감사가 아닐 수 없다.


감사란 의미의 진정한 뜻은 무엇일까. 불평, 불만에 대한 반대어가 감사다. 영어표현의 감사인 ‘Thanksgiving’은 우리말로 직역하면 ‘고맙게 주는 것’이 된다. 남에게 주어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고마움을 지니고 주는 것이 진솔한 감사란 뜻일 것 같다. 이것이 진정한 배려요, 이웃을 향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의 일상도 감사로 시작하여 감사로 끝나는 하루하루라면 너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인간의 두뇌는 사람이 감사의 마음이 일어날 때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가 있다. <감사의 과학>이란 책을 낸 UC데이비스 심리학교수인 로버트 에몬스 박사는 생리학적으로 감사의 마음은 스트레스 완화제의 역할을 한단다.

사람이 감사를 하게 되면 뇌 좌측의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돼 분노나, 화, 후회 등의 불편한 감정들을 삭이게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재설정(reset)’이란 표현으로 쓰며 재설정이란 바로 행복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아 감사하는 마음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 한다.

골프를 하는 친구가 있다. 세상에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식이요 또 하나는 골프라고 한다. 골프를 할 때 잘 안 맞으면 신경질을 내고 어떤 경우엔 골프채까지도 던져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친구도 그런 타입이었는데 하루는 잘 안 맞을 때마다 병원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며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건강이 있는 것만이라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하면서 공을 잘못 치거가 실수할 때 마다 ‘감사, 감사’하며 쳤단다. 그랬더니 오히려 골프가 더 잘되어 즐겁게 골프를 하고 그날 하루를 기분 좋게 보냈다며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운동을 잘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설교가로 잘 알려진 노만 빈센트 필 목사는 감사의 조건을, 없는데서 찾지 말고 있는데서 찾으라 권한다. 그의 저서 <적극적 사고방식>에서 밝힌 그의 조언은 사람이 불평불만을 하게 되는 원인은 비교의식에서 비롯되며, 비교의식은 자신보다 남이 더 많고 좋은 것을 가지고 있음을 볼 때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며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남의 것만 보고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인식이라며 자신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사람을 감사하게 하며 행복의 문으로 인도하는 첩경이라고 밝힌다. 이런 경우엔 교만이 아닌 자신에 대한 사랑함이 필요로 할 것 같다.

이렇듯, 감사의 마음은 만족함에서 비롯된다. 만족함이란 무엇보다도 현재에 근거한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다. 그렇다고 더 나아진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노력으로 대신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을 느껴야 진정한 감사를 할 수 있다. 노자가 그걸 잘 말해준다.

노자의 도덕경 33편 ‘진기·변덕(盡己·辯德)’에 ‘자승자강 지족자부(自勝者强 知足者富)’란 말이 있다. 자기를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요 참된 부는 자신의 만족에 있다는 뜻이다. 11월이 시작됐다. 을미(乙未)해 2015년이 얼마 안 남았다. 더불어 감사하는 복된 삶이 올해의 마지막인 11월과 12월에도 모두에게 넘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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