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과 글 유감

2014-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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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책임지지 못할 말을 사람들이 마구 쏟아내는 사회가 어떤 해악(害惡)에 물들어 있을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하느님을 믿고 따른다는 사람들이 밥 먹듯 해대는 거짓말을 보고 듣고 배운 국민들의 입에서 진실만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수가 있을까?

그런 어른들로 가득 찬 사회가 후손인들 제대로 길러낼 리가 없다. 옛말에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본이며, 몸을 망치는 도끼와 같다. (口舌者는 禍患之門이요, 滅身之斧也라)’고 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만큼 말은 무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남의 얘기를 검증 없이 막 해대며 즐기는 군상들에게는 경종이 되는 금언이다. 말은 물처럼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질 못하고 글은 일단 써서 문자화되면 정정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일상에서 입을 잘못 놀려 패가망신을 당하고 멸문지화의 변을 초래하고 있음을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쓰고 그 표현의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교양과 품위가 배어나는 말을 하기도 하고 격조와 교양이 넘치는 글을 구사할 수도 있는데 진실성이 결여될 때가 문제다. 역시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본인이 태어나 자란 가정과 사회의 토양, 그리고 개개인이 받은 교육 수준과 철학, 신념에 따라 명언과 훌륭한 불후의 명작을 내어 만고의 고전으로 전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서 말을 막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와 이웃에게 위해를 가하는 글을 마음대로 쓰는 것도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무서운 책임도 수반한다. 우리 일상과 주위에서 흔히들 남의 얘기를 하는데 이런 내용이 미디어나 언론에 게재될 때는 엄청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부연(敷衍) 하지만, 말은 실언을 해도 녹음을 해 둬 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 수도 있지만, 글이란 한번 올려놓으면 삭제하기 전에는 영원히 남는 게 글이다.

중국 격언에, “장미꽃을 전하는 손길에는 늘 장미향(香)이 넘친다.”라는 마음에 와 닿는 글이 있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여서 좋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그런 분들의 인품에서 전해지는 향기야 말로 늘 우리 주위를 맑고 청량하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이 온통 밝아지고 행복해지는 기쁨을 누리게 만든다.

글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의 맑고 아름다운 마음과 삶의 자세를 갖고 사는 이의 생활철학이 배어있는 글은 우선 처음부터 말미까지 마치 싱싱한 향과(香果)를 음미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고 품위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선 그런 향기를 낼 수 있는 삶을 사는 일부터 선행돼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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