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레스타인의 운명

2014-10-27 (월)
크게 작게
김원곤(영국 맨체스터)

어릴 적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수업시간에 본 중동 지도에는 팔레스타인 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흔적은 없었다.

오늘날 중동의 분쟁지역이 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싸움은 영국,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이슬람의 영웅을 탄생시켜 알카에다라는 대 서방 싸움단체를 만들어 놓았다. 그 단체 요원들이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비행기를 이용하여 폭파 시켰고 그 이후 대 테러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 탈레반을 퇴거시켰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란 나라는 미국, 영국이 주도하여 탄생시켰고 그 이후 지금까지 화약고가 되고 있다. 1917년 영국 외상 아서 벨포어(Arther Balfour)가 유대인들의 고국(homeland) 창설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사회적인 지위와 종교자유를 유지한다고 명시하였다.

그로부터 100년 후 영국의회는 금년 10월13일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승인한다는 표결을 한 결과 찬성 274표, 반대 12표를 얻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거의 반이 기권 하였고 투표 결과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데다 영국외교 정책이 아니고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수상 캐머런이 잘라 말했다. 물론 찬성표는 대부분이 노동당 의원들이고 기권 표는 현 정권 보수당의원들 이었다.

유럽의 정서상 이 투표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지난번 이스라엘의 가자(Gaza)지구 무차별 폭격은 많은 유럽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심지어 영국의회 내 친이스라엘계인 외교위원장마저 이스라엘의 행동에 고개를 젓고 있다. 캐머런 수상도 기권 표를 던졌고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의 동요를 의미한다.

영국의회의 이번 투표는 그간 23년 동안 점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를 상호 협상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10월초 스웨덴 수상 스테판 로프벤(Stefan Lofven)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선언하였다.

영국 의회의 이번 투표는 유엔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유엔 회원국 자격 부여에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서로 국가 대 국가로 상생하는 길만이 최소한의 평화를 기대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과 책임은 애초에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탄생시킨 영국과 미국일 수밖에 없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