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속의 한국인

2014-10-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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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목사>

한국인의 미주 이민이 대대적으로 시작된 것을 70년대 초로 볼 때 아직도 50년 남짓 하니 미국 시민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속하는 이민이다. 미주의 한인 교포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다인종, 복합문화 사회를 극복하는 실험에 200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극복해야 할 것은 집단개인주의라고 불리는 ‘끼리끼리 병’이다. 내 집안, 내 교회, 내 회사만 잘 되면 이웃이야 어떻게 되든 신경 쓸 것 없다는 태도는 너와 나 모두의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이다. ‘더불어 사는 지구촌’이 인류의 새 지표이다. 미국의 장래는 인종과 문화의 갈등을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가며 평화의 화음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화음 만들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인구의 급격한 이동 때문에 모든 나라의 문제가 되었다. 현대의 정치, 경제, 교육, 종교의 갈 길은 인류의 화음 만들기이다. 인류는 한 팀이다. 우리는 한 배를 탔다. 나 혼자 잘 되는 것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흥하고 저는 쇠해야 한다는 못된 생각 때문에 때려눕히고서라도 내가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양육강식의 짐승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다.

다른 인종, 다른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 극복되고 누구와도 한 팀이 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국제화가 된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다. 거의 전 세계의 인종이 다 모여 한 나라를 이루었고 그들이 하나의 ‘미국인’을 형성하였다.
아메리카의 한결 같은 모토는 ‘다양 속의 통일’이다. 400년 전만 해도 지구 위에 미국도 없고 미국인도 없었다. 여러 종족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 땀과 피를 함께 흘렸으며 외로움과 불안을 나누며 아메리카를 건설하였다. 그런 뜻에서 한국인 중국인 하듯이 ‘미국인’이란 하나의 고정된 관렴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적으로 형성되어가는 백성을 뜻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뉴저지 주의 경우 이제는 더 이상 이곳을 백인사회라고 부르기 어렵게 되었다. 럿거스 대학의 제임즈 휴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백인 47%, 유색인종이 53%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백인은 16% 감소했고 유색인종은 16% 증가하였다. 백인은 계속 사라지고 유색인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색인종이란 흑인, 스패니시, 아세아계를 말한다.) 결국 백인이 소수인종이 되고 유색인종이 다수가 되어간다. 휴 교수는 “뉴저지 주의 경우 다섯 명 중 하나는 외국태생이다”고 하였다. 각 시립도서관의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한국어 중국어 스패니시가 들어가 있다.

미국은 역시 이민의 나라이며 그 문화도 이민들에 의하여 꽃이 피어왔다. 영국계 이민은 민주주의의 법제화를, 아일랜드계는 기독교신앙을, 독일계는 교육제도를, 이탈리아계는 석조건축법과 음악을, 유대계는 열정적인 학문의 길을 걸어 과학, 법조계, 의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동유럽계는 춤 미술 봉제기술면에 공을 세우고, 중동계 이민들은 흥행 가업면에서 공을 세웠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미국에 끼친 것은 아프라카에서 온 흑인들이다.

재즈 음악을 창조하였고 농업기술 개발과 최근에 와서는 인권 앙양, 평화운동, 경제적 정의, 교육 취업 거주의 차별 철폐, 공정한 선거 참여 등 눈부신 공헌을 하였다. 한국계 이민은 미국의 ‘위대한 사회’ 건설을 위하여 어떻게 이바지 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2세 교육에 임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모세 다이언은 고고학(考古學)에 큰 취미를 가진 인물인데 이런 말을 하였다. “3,4 야드를 파 내려가면 3~4,000년 전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옛날 이 집에 유대인이 살았든, 가나안인이 살았든, 불레셋인(팔레스타인)이 살았든 고적에 대한 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큰마음을 가질 때 대단합과 화음 만들기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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