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용감한 사람들

2014-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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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남을 속이고 등쳐먹는 파렴치인(破廉恥人)으로 민폐를 끼치며 사회를 악(惡)으로 몰아가는 비겁자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고 남을 위해 희생하며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밝아진다.

2001년 9월11일, 테러로 인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이 때 빌딩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밖으로 나오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그들이 나오고 있을 때 불타고 있는 빌딩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처에서 온 소방대원들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소방대원들을 잊지 못하는 게, 그들의 살신성인(殺身成仁) 때문이다. ‘살신성인’이란 공자 논어(論語)에 나오며 뜻은 “죽일 살, 몸 신, 이룰 성, 어질 인”이다. 즉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인(仁)을 이루는데 ‘인’이란 인간성, 즉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이라 보는 인간의 덕성으로 유교윤리의 최고덕목이다.
당시 수백 명의 소방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살신성인을 이루려는 용감한 사람들은 그들 뿐만은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요즘, 에볼라를 피해 살아보려고 모두가 감염지역을 탈출하는데 에볼라전선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의 남성간호사인 윌리엄 폴리(29).
그는 에볼라 감염자 3,400여명에 사망자 1,200여명인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환자를 간호했다. 그도 감염됐다. 발병초기에 런던 로열프리병원으로 이송돼 실험단계치료제인 지맵을 투여 받고 회복됐다. 그는 퇴원직후 “의료봉사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의 코넛병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또 한 사람의 용감한 여인, 파투 케쿨라(22). 라이베리아의 간호학과 여대생이다. 케쿨라의 아버지 모세스, 어머니 빅토리아, 여동생 비비엔, 사촌 알프레드 등 4명이 에볼라감염자로 밝혀진 건 지난 8월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살던 케쿨라는 가족에게로 와 보건당국에 연락해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케쿨라는 집 마당에 임시격리병동을 만들어 18일간을 간호했다. 아버지의 병동에 들어갈 때는 양말을 신고 비닐봉지로 겹겹이 싼 후 부츠를 신었다. 그리고 4켤레의 장갑을 겹으로 낀 다음에 우비와 마스크를 썼고 머리도 비닐봉지를 통째감고 링거를 주사한 후 아버지의 목구멍에 방울방울을 떨어뜨려 넣어 주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가족을 버려두고 즉시 떠나라 했다. 그러나 난 그들을 떠날 수 없었다. 왜냐면 그들이 병이 나고 설사,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임을 안다 해도 내 가족은 내 가족이니까요!” 케쿨라의 절규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알프레드는 세상을 떴다. 그러나 3명은 회복단계에 있단다. 케쿨라의 용감무쌍, 살신성인이다.

전 세계의 에볼라 감염자는 9,000여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4,500여명에 가깝다. 치사율 50%다. 에볼라 격퇴를 위해 최선을 다하나 만만치가 않다. 현재 에볼라 발병지역의 환자 치료와 방역을 위해 보건인력을 파견한 나라는 미국과 스페인, 필리핀 등 10여 개국에 달한다. 한국도 보건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라 한다.

세상은 이처럼 용감한 자, 자기희생자들에 의해 점점 더 밝은 쪽으로 나아간다.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웃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희생까지는 안 가더라도 이웃과 함께 공생(共生)과 상생(相生)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사는 것. 이것이 인류와 지구를 구하는 바른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무너지는 빌딩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소방관들. 에볼라에 걸렸다 회복되자 다시 에볼라지역으로 들어간 윌리엄 폴리. 가족을 살리려고 자신의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은 파투 케쿨라. 그리고 에볼라지역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 등.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용감한 사람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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