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은 생강이 맵다’

2014-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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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늙은 생강이 맵다.’ 중국 속담이다. ‘늙은 생강’이 작고 보잘것없이 보여도 무시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늙은 생강’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올곧게 견뎌 온 탓에 모양은 작고 볼 품 없어도 맛과 향기는 젊은 생강보다 더 진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노인에겐 젊은이가 가지지 못한 소중한 자산이 있다. 험난한 긴 풍파를 헤쳐 나오면서 터득한 지혜와 깨달음의 힘이 노인에게 있다. 그런 노인 앞에 겸손히 나아가 지혜와 조언을 구하고, 인생의 뒤안길에서 유유자적하며 서 있는 노장의 향기로운 인격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새 시장에선 한때 앵무새가 제일 인기였다. 화려한 깃털에 말도 잘하는 앵무새를 구하러 친구 몇 사람이 새 시장에 갔다. 상점 안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처음 본 앵무새는 활달하고 말도 잘했다. 2개 국어를 할 줄 안다는 젊은 새였고, 가격은 50달러였다.

그 다음의 새는 100달러인데, 주인은 이 앵무새가 4개 국어를 구사할 뿐 아니라, 젊고 튼튼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친구들은 화려한 깃털을 뽐내는 두 마리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 순간 한 구석에 깃털이 많이 빠져 초라한 앵무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늙은 앵무새였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었는가. 두 다리에 굵은 주름이 많았다. 하지만 가격은 무려 300달러나 되었다.


손님들이 물었다. “이 늙은 앵무새가 제일 비싼 이유가 무엇인가요. 7개 국어를 할 줄 아나요.” 주인은 말했다. “아녜요, 그렇게 말 많이 못합니다.” 손님들이 다시 물었다. “늙어서 힘도 없고, 생김새도 별로고, 능력도 없는 저것이 왜 제일 비싼가요.”

주인이 말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에서 보신 두 마리 앵무새가 모두 저 늙은 앵무새한테 말을 배웠답니다. 말하자면 저 보잘것없는 늙은 앵무새가 젊은 앵무새들의 스승이랍니다. 그래서 비쌉니다.”

깃털이 화려한 젊은 앵무새들에게는 없는 늙은 앵무새만의 장점이 있다.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읽어내어 필요한 말을 해내는 능력이라든지, 손님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아는 지혜가 늙은 앵무새에게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왕정 시대의 여명기에 등장하는 사무엘은 위대한 ‘늙은 생강’이었다. 그런데 사울은 사무엘과의 관계를 가볍고 여기고 자기가 원하는 탐욕대로 교만하게 살다가 결국 자멸했다.

다윗은 달랐다. 그 당시 ‘늙은 생강’이었던 사무엘의 고매한 인품을 알아 본 다윗의 빼어난 분별력이 그를 빛나는 인생으로 만들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그렇다면 다음 세 가지를 스스로 묻고 대답하라. 나에게 ‘늙은 생강’같은 인생의 선배가 있는가.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줄 멘토가 있는가. 어렵고 힘든 순간에 찾아 갈 스승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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