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볼라 공포

2014-10-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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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에볼라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없는데 서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이 무서운 전염병이 벌써 미국의 방호벽을 뚫고 들어왔다. 미국내 첫 에볼라 환자 토머스 에릭 던컨이 치료 중 사망하고 그를 치료한 텍사스 주 댈러스건강장로병원의 의료진 가운데 두 번째 에볼라 양성 반응자가 나왔다.

더구나 간호사 앤버 빈슨은 격리치료전인 10일 오하이오주 톨매지를 방문하여 가족을 만나고 13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댈러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같은 비행기의 탑승객 132명 행방이 의심된다. 이들은 어디로 갔겠는가? 이미 미 전국으로 퍼져 나가 2~21일간의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를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비행기는 다음날도 5차례 비행을 했고 앤버 빈슨의 에볼라 발병이 확진되자 지금은 운항을 중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앤버 빈슨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화장실도 갔을 것이고 발열로 인한 기침, 재채기, 땀 등 그녀의 체액이 의자 접이식 테이블, 안전벨트, 팔 받침대, 담요, 베개, 기내의자, 화장실 손잡이, 수도꼭지 어디에나 묻었을 것이다. 이에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다른 의료진 76명도 여행 금지령을 받았다고 한다.

뒤늦게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을 비롯 미 주요 공항에서 에볼라가 창궐하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 5개국 탑승객의 체온 검사를 하고 있지만 이미 미 전국으로 에볼라 공포가 번져나가고 있다.

최근 뉴욕 맨하탄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뉴욕대 랭곤센터, 밸뷰 호스피탈 등에 지난 9월 이후 하루 한번 꼴로 에볼라 의심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에서도 에볼라는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미흡한 대응, 공화당의 미질병통제예방센터와 국립보건원 예산 대폭삭감을 놓고 양당은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툴 것이다.

오래전, 14세기 중엽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중세사회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중세시대의 막을 내린 계기가 될 정도였다. 이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는 3분의 1로 줄었고 파리 시 인구 15만 중 5만 명을 잃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 죽은 것이다.

이 흑사병은 1347년 이탈리아를 강타하고 같은 해 말 마르세유와 아비뇽에 이르러 1348년에는 프랑스 전역을 무너뜨리고 1349년에는 영국, 1350년에는 북부 유럽을 거쳐 아이슬란드와 러시아까지 이르렀다. 이어 이집트,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이렇게 빨리 전염된 것은 활발한 해상 무역으로 인한 잦은 왕래,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병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 때문이었다. 발병 원인은 물론 치료법도 몰랐던 당시, 사람들은 갑자기 쓰러져 헛소리를 하거나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환자들을 속수무책 바라볼 뿐, 고작 시체와 환자가 쓰던 물건을 불태우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이었다. 흉흉한 사회에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사람들은 난폭해지면서 미신과 사이비 종교 집단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치사율 50%인 에볼라는 치료백신이 없다. 발병하면 그저 증세 완화를 위한 노력뿐이라니 가장 좋은 예방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인으로서 이 무서운 에볼라 바이러스 접촉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WHO는 ‘혈액이 남은 모든 고기류를 직접 접촉하지 말 것, 날 것 섭취 금지, 체액(혈액, 침 땀)을 통해 감염되므로 호텔, 레스토랑 공용수건 이용 말 것, 귀가 시 반드시 손 씻기 등을 권한다.

유니세프 공식 트위터에서는 덜 익은 음식과 야생 동물 고기 피할 것, 비누 등 세정제로 손을 잘 씻고 적절한 위생 유지, 잘못된 정보 전달 말 것을 당부한다.
아직 에볼라 관련지침이나 대처교육을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보니 요즘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어떻게 에볼라를 예방할 것인지를 얘기하고 있다.

흑사병이 남긴 교훈을 따르면, 항공여행과 공중시설 이용 시 주의점, 청결한 주위환경, 병에 대한 지식 등을 미리 알고 실천하자. 내가 먼저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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