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차이나 머니 몰려온다

2014-10-16 (목)
크게 작게
김소영(경제팀 기자)

최근 경제 일간지 1면은 온통 중국의 한 보험회사가 뉴욕시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했다는 기사로 장식됐다.

나중에 보험회사 대표가 덩샤오핑의 손주 사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언론을 달구기도 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뉴욕의 최고급 호텔로 국가 정상급은 돼야 묵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텔은 19억 5,000만 달러에 매각됐는데 이는 역대 호텔 M&A 사상 최고액이다. 이번 호텔매각은 최근 미국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 자본의 파워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미국 부동산에 22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2% 증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맨하탄 부동산 투자의 25%가 중국인 투자다. 업계에서는 중국 내 넘쳐나는 달러와 부동산 침체로 중국인들이 해외 투자에 눈길을 돌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뉴욕 부동산 샤핑은 대기업의 건물 매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온 중국인들은 안정된 수익과 자녀의 해외 유학 등 한층 복합적인 이유로 해외 부동산 구매에 나서고 있다. 요즘 뉴욕시의 아파트와 하우스, 상가건물은 중국인들이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뉴욕 부동산 매입 열기는 한인 부동산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달에는 대표적인 한인 수퍼마켓의 하나인 퀸즈 칼리지 포인트에 위치한 아씨플라자 빌딩 부지가 중국계 개발사에 넘어갔으며 이보다 앞선 2011년에는 플러싱 한인 타운의 상징이었던 코리아 빌리지가 중국인에게 팔리기도 했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한인이 내놓은 주택 매물에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점점 한인 바이어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채가 나오면 이 중 8채는 중국인이 살 정도란다. 문제는 한인 부동산매매가 줄면서 유관 업계 한인들의 비즈니스도 함께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하는 타이틀 회사와 주택법 관련 변호사, 모기지 회사 등은 요즘 일거리가 떨어졌다며 걱정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중국의 큰손들이 세계 부동산 시장을 휩쓸 날이 멀지 않은 것일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