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물리학상과 이순신

2014-10-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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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물리학 박사)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일본인 과학자 세 명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축하한다. 20명에 가까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기초과학의 저력에 부러울 뿐이다.

그러나 단 한명도 수상자가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무척 걱정이 된다. 기초과학의 발전이 미래의 먹을거리와 산업을 주도한다는 관점에서 노벨상을 향한 꿈나무가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한인과학자는 노벨상과 거리가 머니 혹시 우리의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미국 땅에서 돌아가신 한인 물리학자 벤자민 리가 만일 살아있었다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수상분야는 질화갈륨(GaN) 계열의 반도체를 이용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상용화한 공로를 인정한 분야이다. 응용공학과 산업을 눈부시게 발전시키고 있는 한국에서는 전 세계의 한류열풍으로 전자제품, 드라마, 가수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원인은 주로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와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국민적인 합의가 없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한국 사회의 풍토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아주 어려운 분위기이므로 노벨상 수상에는 “빨리 빨리”식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조선이 쇄국정책으로 외국에 문을 열지 않을 때 이웃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먼저 서구화의 길을 걸었다. 서양식 과학기술의 연구경험이 많으니 노벨상 수상자가 지금 많을 수밖에 없다.

수상자중 미국으로 이민 온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샌타바버라) 일본인출신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과학계에서 많이 소개된 내용이다. 그의 연구분야가 회사에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며 구박을 받으며 어렵게 연구를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했다고 하니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그는 청색 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한 후 미국으로 이민 온 스토리가 과학지에서 많이 소개된 적이 있다.

20명에 가까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낸 일본과 한명의 수상자도 내지 못하는 한국과의 과학전쟁을 보면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생각한다. 당파싸움에 휘말려 통신사를 일본에 보내고도 전쟁의 대비를 하지 못하여 대패하는 조선군속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수군을 훈련하여 백전백승의 신화를 이룬 이순신 장군 스토리는 이번 수상자인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고난속의 의지의 과학자와 비슷한 내용이다. 아직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조용히 미래를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 같은 과학자가 이민사회에서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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