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주도에서 전통 혼례식

2014-10-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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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련 <화가>

친구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일 년 남짓 사귀었다. 혼담 이야기가 오가며 전통 혼례식을 하겠다고 한다. 딸은 미국에서 태어나 나와 같이 한국학교를 다니며 그림일기도 쓰면서 한국의 문화 예술에 관심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5월의 신부로 혼례식을 하러 가기 전 서울에 가서 같이 지낸 날들이 떠오른다. 서울에서 궁들과 가까운 호텔에서 걸어서 명동과 인사동을 다니며 고궁을 거닐어 보았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우방 찻집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와 북촌의 공예품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에서 돌아와 운현궁 대문앞 입춘대길을 부친 대문 앞에서 봄나들이 사진을 찍었다.


사돈댁 정원 야자수 나무와 돌담에 정성스런 손길이 간 분재들이 잔치 분위기를 내고 혼례식 날 제주의 햇살은 바다 바람을 실고 찬란하게 빛났다. 향교식으로 주례사를 하며 전통 한복을 입은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조카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걸어 나왔다. 미국에서 온 친지와 친구들과 서울에서 온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혼례식을 하였다. 사돈어른은 제주 향토 음식 연구소로 세심재 갤러리를 하기에 혼례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사위 이름인 ‘한별’의 크고 빛나는 별이라는 뜻을 담아 은하수 설치미술 전시를 하고 사돈 식구들에게 기념으로 그림을 선사하였다.

혼례식 다음날은 비가 왔다. 비가 오면 잘 산다는 인사를 받으며 미국, 호주, 독일에서 온 친지들은 국제도시인 제주도를 관광하였다. 제주시에서 가까운 용두암 바닷가를 거닐며 오일장 전통 재래시장을 가서 제주 갈옷을 사 입었다. 제주 갈옷은 단감으로 물들인 천연 염색의 옷으로 세계 어느 패션쇼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색상과 디자인이었다.

문화는 지형과 기후에서 주어지기에 미술관에는 제주 작가들이 작품의 주제는 제주의 삼다도를 뜻하는 ‘바람, 돌, 여자’의 주제가 주로 많았다. 올레 길을 따라서 펼쳐지는 경관은 하늘과 숲을 잇는 태곳적 숲길을 자아내며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들며 서귀포는 나폴리 항구처럼 이국적 풍경으로 이중섭 미술관 초가 단칸방에서 지내던 암울했던 그 시절 영혼의 울림이 울렸다.

제주도는 문화와 예술로서의 격조가 높아져 있었다. 안사돈과 함께 도립미술관에서 관장님과 대화에서도 제주대학에서 도자기를 가르치고 공방과 차와 갤러리를 은퇴 후에도 활동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제주 차밭과 어우러지는 한라산과 바라다 보이는 바다는 환상적이었다. 제주 음식으로는 생전 처음으로 맛을 본 갈치국의 담백함과 멍게 미역국의 고소함은 입맛을 감치는 맛이 있었다.

제주 방언으로 폭삭 속아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집에서 그 많은 친지와 하객을 모시며 음식을 장만하고 대접하며 제주도를 알게 해준 사돈어른께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하며 뉴욕에서도 제주 한류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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