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구입자, 투자자 → 실수요자로 이동

2014-10-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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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풀 꺾인 투자… 시장 재편조짐

▶ 가격 낮은 차압·숏세일 매물 줄자 “수익률 떨어졌다” 투자 구입 격감, 경쟁 밀렸던 실수요자 승률 높아져

첫 주택 구입자 등 내 집 장만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을 가로 막았던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이크게 감소했다. 뛰어난 현금 동원력을 앞세운 투자자들과의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던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차츰 늘고 있다. 불과 1~2년 전과 달리실수요 구입자들과의 경쟁에서 호가가 너무 높다 싶으면 과감히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해 투자 수익률이 떨어졌고 가격이낮은 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이 투자자 구매활동 감소 원인이다. 그렇다고 실수요자들의주택 구입이 완전히 원활해진 것은 아니다. 주택 가격급등에 따른 주택 구입비용 상승과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는 매물 부족현상 등은 실수요자들이주택 구입 때 뛰어 넘어야 할 장벽으로 남아 있다.


◇투자자와 구입 경쟁서 실수요자 승률 높아져

새크라멘토 지역에서 15년 경력의 베테런 부동산 에이전트 모나 거전은 최근 바이어를 도와 한 매물에 제출할 오퍼를 작성 중이었다. 새크라멘토 지역은 최근 수요가 매물을 크게 앞질러 올해도 바이어들 간 주택 구입 경쟁이 여전한 지역 중 한 곳. 아니나 다를까 바이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매물에 이미 4건의 오퍼가 제출된 상태였다.


그 중 셀러가 가장 선호한다는 ‘캐시 오퍼’까지 한 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에 빠졌다. 에이전트는 생애 첫 주택 구입을 앞두고있는 바이어의 큰 기대를 깨지 않기 위해 융자사전승인은 물론 셀러에게 직접 편지까지 작성해 오퍼와 함께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제 캐시 오퍼가 제출돼 주택 구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할 일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캐시 오퍼 바이어가 제출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보다1,000달러를 더 적어서 오퍼를 전달했다. 투자자가 확실한 캐시 오퍼가 더 높은 금액으로 호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캐시 오퍼를 제출했던바이어는 더 이상 오퍼경쟁에 참여하지 않고거전의 오퍼가 셀러 측에게 수락됐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투자자 규모 관계없이 투자 열기 한풀 꺾여

이처럼 최근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열기가 한풀 꺾인 반면 실수요 구입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자들의 현금 공세에 매번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한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실수요 구입자들에게 서서히 주택 구입의 기회가 활짝열린 것이다.

한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의 약 30~40%를 마치 쌍끌이 어선처럼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주택 가격 급등과 저렴한 가격의 급매성 매물 감소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 뒤부터다. 현재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은 투자자 규모에 관계없이크게 감소한 상태다.

급매성 매물을 대량으로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대규모 투자기관은 물론 값싼 매물을 매입단기 재판매하는 플리퍼 투자자들까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차압매물 정보 업체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주택 투자행위로 볼 수 있는 플리핑은2013년 2분기 전체 단독 주택 거래 중 약 6.2%를 차지했으나 올해 2분기 중에는약 4.2%로 급감했다.



◇가주, 플로리다, 네바다, 애리조나 투자자 급감 뚜렷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활동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지역은 현금 거래 비율이 높았던 가주, 플로리다, 라스베가스, 피닉스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주의 경우 전국에서 현금 주택 거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2006년 약 11%를 차지했던현금 거래는 2012년까지 무려 약 30%까지 폭등했다.

그러다가 2013년 약 27%로 감소한 뒤 최근감소폭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에의한 구입으로 볼 수 있는 현금 거래 비율은 플로리다주에서도 빠른 감소세다. 플로리다 지역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매분기마다 현금거래 비율이 감소하고 있으면 지난해보다 약6.1% 낮아졌다.

대규모 차압으로 쏟아져 나온 급매성 매물을 싹쓸이 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한때 전체 주택 거래의 절반 이상이 현금 거래였던 라스베가스와 피닉스 지역에서도 현금 거래비율이 현저히 줄었다. 피닉스에서는 지난 7월현금으로 거래된 주택은 전체 약 25%로 감소했고 라스베가스의 경우 약 35.6%를 차지했다.


◇실수요자 현금 구입 비율 증가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NAR)에 따르면2012년 1월 이후 현금 거래 비율은 전국적으로 약 25~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 활동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이에 비해 현금 거래비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다시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 구입자들의 현금 주택 거래가 과거보다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투자자들과의 주택 구입 경쟁에서 밀린 경험이있거나 주택 대출이 쉽지 않은 실수요 구입자들이 부모나 친지로부터 현금을 대출해 현금구입 형태로 주택을 장만한 비율이 늘었다.


◇가격 급등, 매물 부족 등 장벽 여전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이 줄고 있다는 것은실수요 구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없다. 그러나 아직도 실수요 구입자들의 주택구입 문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주택 매물공급이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실수요 구입자들 간의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이 여전하다. 지난 1년여 간 주택 가격이 급등해 주택 구입비용이 치솟은 점도 실수요 구입자들이 선뜻 주택 구입에 나서기 힘든 이유다.

주택 매물 부족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이유 중 하나는 2011년 이후 차압 주택 등 급매성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인 기관들이 매매용 매물로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주택을 대량 매입한 기관들은 대부분 높은 임대 수요를 겨냥해 매물을 임대 주택으로 전환, 현재도 임대 주택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4만5,000여채의 주택을 사들인 블랙스톤 그룹의 당분간 매매용 매물로시장에 내놓을 계획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룹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임대 주택담보부 증권을 고안해 오히려 주택 투자 자금을 더 모금하는데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임대주택 담보부 증권 시장 규모는 무려 약 9,000달러로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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