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행기 안에서 생긴 일

2014-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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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승객도 여러 질이 있다. 2년 전, 유럽에 여행을 가는 도중, 아내가 편히 쉬기 위해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난데없이 손바닥으로 등받이를 냅다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랐다. 얼른 뒤를 보았다. 젊은 여인이 노기가 가득 찬 얼굴로,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있었다. 아내더러 정신 나간 여자하고 다투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는 얼른 다른 빈 좌석으로 자리를 옮긴 적이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비행기 안에서 여자 승객이 일어서더니 뒷좌석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에 컵의 물을 확 뿌리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분명 보통 여자는 아니었다. 알고 본즉, 뒷좌석의 남자가 앞좌석의 등받이를 뒤로 젖히지 못하게 무릎보호기를 설치해 놓았다는 것. 승무원이 와서 무릎보호기를 제거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그 남자는 거절했다. 그래서 그 여자가 화가 나서 컵의 물을 남자의 얼굴에 뿌린 것이다. 남자도 분한 김에 여자한테 소리 지르며 대들었다. 그걸 본 기장은 근처에 있는 비행장에 비상착륙을 했다. 대여섯 명의 경찰이 총을 겨누고 들어와서 여자하고 남자, 둘을 비행기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로버트라는 한 백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오랜 만에 옛 애인을 만났다. 둘은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둘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서 떠들어댔다. 그랬더니 앞좌석의 여자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였다. 이들은 화나 났다. 조용히 해달라고? 네가 누군데 조용히 하라고 하느냐며 두 여자는 고성을 질러가며 앞의 여자와 싸웠다.

이때 승무원이 왔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승무원은 로버트하고 그의 애인을 일등석의 빈 좌석으로 데리고 갔다. 일등석에 가 보니까 모든 술이 공짜였다. 이들은 그 술을 신나게 마셨다고 하며 나에게 자랑을 했다. “말다툼을 하니까 일등석으로 옮겨주었다니... 너희들 참 운이 좋았구나!” 하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일 년이 지났다. 로버트는 다시 그 애인을 데리고 마이애미로 갔다. 여행이 끝난 후 뉴욕에 오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 타자마자 애인은 앞좌석에 앉아있던 여자하고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고 있었다. 승무원이 와서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래도 두 연인은 계속 다투었다.

경찰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왔다. 경찰은 이들을 비행기 밖으로 쫓아냈다. 밤이라 갈 곳도 없었다.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택시를 불러 타고 인근 호텔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뉴욕에 왔다고 했다. 이번에는 일등석이 아니라 쫓겨나고 말았다고 로버트는 분개했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상책이다. 옆 사람하고 다툴 일이 생기면 양보해주면 된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조용히 책을 읽는다. 피곤하면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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