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뜨는 `김부선’

2014-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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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요즘 한국에서 배우 김부선이 뜨고 있다. 영화 ‘애마부인 3’에 나온 이래 에로배우 타이틀에 사로잡혀 평생 연예계 뒷전에서 술집마담 같은 역으로 1년에 1~2번 영화에 출연하며 겨우 배우라는 명맥을 이어오던 그녀다. 그런데 ‘용감하다’, ‘힘내라’ 등 쏟아지는 네티즌의 응원은 김부선을 시의원으로 내보내자, 난방열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평소의 못난 이미지가 확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성동구 옥수동 중앙하이츠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부선은 난방비 의혹사건을 놓고 부녀회장, 부녀회원과 맞서다가 폭언, 폭행이 벌어졌고 부녀회측이 김부선을 고소하고 동영상을 언론에 유출시키면서 일이 불거졌다.


김부선은 “평생 처음 내집을 가졌다. 연예계를 떠날 각오로 아파트 난방비 부정을 폭로한다”고 주민 300명에게 받은 진정서를 제출하며 상대방을 맞고소 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한겨울에도 난방비를 안내는 집이 몇 백 가구가 넘는다며 이 일을 파헤치고자 지난 5월 이미 주민소집 전단지를 붙이고 구청에 호소하였지만 해결이 안되었다고 한다.

서울시 조사결과 김부선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아파트의 겨울철 27개월간 부과된 난방비 1만 4472건을 조사한 결과 128세대 300건은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것이 발견된 것. 특히 2007년~2013년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횟수가 두차례 이상인 69가구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 가정 난방비가 0이면 그 가정이 한겨울을 뜨뜻하게 지내면서 공짜로 사는 만큼 그에 들어가는 모든 지출은 나머지 가정이 나누어 내야한다. 그만큼 다른 집 난방비를 내가 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도적질이다. 자신이 쓴만큼 내야 하는 것이 정도다.

보통 사람들은 부정행위를 보고도 귀찮아서, 내게 피해가 올까봐 적당히 무시하고 산다. 불의를 보고 자신이 깨지더라도 참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 주인공 수준이 되고 있다.

사실 모든 이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거창하게 투쟁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소소한 나의 행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먹고 자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이 편안해야 매사가 편하다. 그런 면에서 배우 김부선은 한국에서 싸우지만 미주 한인들이 미국에서 싸워야 할 일도 많다.

미국에 이민 와서 넓고 큰 단독하우스에 살면 좋겠지만 많은 한인들이 아파트나 코압, 타운하우스에서 좁지만 돈을 절약하며 이민의 꿈을 펼치고 있다.아이들이 뛰어다니거나 문을 쾅 닫아 아래층으로부터 층간 소음에 대한 불평이 들어오고 방음시설이 미비한 아파트에서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소리가 이웃집에서도 왕왕 들려 조정 신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또 집안에서 흡연가능한 아파트로 이사간 친구는 이웃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호소한다. 얼마 전 옆집이 새로 이사 오면서 집안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복도에 잔뜩 배어 안그래도 약한 기관지가 기침을 달고 살며 자신의 집 거실에도 냄새가 들어와 관리사무소로 편지를 보내서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1주일후 관리 직원이 그 집과 자신의 집 사이에 소음과 냄새를 막는 테이프로 구멍을 봉해주었지만 이웃집은 안심하고 더 피워대는지 여전히 담배 냄새가 괴롭다는데...

관리사무소의 중재에도 불구, 문제가 해결 안된다면 이웃간 분쟁, 소송으로 가는 것인데, 이 담배연기라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증명하기가 어렵다. 미 전국적으로 자기 집에서도 담배를 못피는 금연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뉴욕에도 흡연금지 아파트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아파트, 콘도, 타운하우스, 코압 등 공동주택에 살면 옆집이 나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내가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있다. 특히 담배 피우는 한인들은 누군가에게 원망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침마다 울어 이웃의 단잠을 깨우는 것은 아닌지, 이웃과 갈등을 빚기 전에 나부터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시민의식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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