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소의 일상을 엿보다

2014-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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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시간과 금전을 내어 앞으로의 삶의 에너지 충전을 위한 활동이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 금쪽같은 시간이라 여겨지기에 그 금쪽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정보의 수집과 계획은 떠나기 전의 필수과정 인듯하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경험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 의견에 따라 정보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은 대로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그 만족도는 크게 다르다.

여행이란 같은 장소를 다녀와도 좋았고 별로였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전달해준 정보에 내 상상력을 더해 아주 멋진 그림을 만들곤 한다. 이내 나의 상상력에 배신을 당할 때도 있긴 하지만, 다수의 보편적 감동이 뒤따르고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자연스레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면 세월의 힘을 입어 명소라는 관광지는 탄생된다. “나이애가라 나이애가라‘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니, 나 또한 그 명소를 찾아 떠났다.


넉넉잡아 뉴욕 thru way로 8시간, 국경에서 입국심사를 거쳐 일단 그 유명한 나이애가라 폭포부터 감상해본다. 듣던 대로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인증을 해댄다. 최대한 다른 사람이 내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요리조리 카메라 초점을 맞추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람 구경, 폭포구경 명소의 관광 풍경은 목표지점을 보기위해 달려온 시간에 비하면 너무 빨리 그 감동이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허탈감을 채워주기 위해 주변에 많은 오락거리들이 생겨나는 것일 테고.

이 유명한 곳의 일상은 어떠할까? 지난밤 잠시 메모해 두었던 Niagara on the lake로 가기로 하였다. GPS에 의지했던 방향감각은 국경을 넘자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호기심에 의지하여 미지의 마을을 더듬어 가본다. 폭포가 있는 유원지에서 10분정도 지났을까? 너무나도 평화로운 와이너리가 펼쳐지고 길을 따라 가판대에 담겨진 과일들이 갤러리 같다. 소박하지만 사랑스럽게 담긴 과일과 채소들, 거짓말 같이 예쁘고 정감어린 색채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정돈된 마을길, 끝없이 펼쳐진 농지가 내 마음을 적신다.

아~편안하다. 눈을 감고 차창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재운다. 나이애가라에서 북쪽으로 동화 속 같은 오솔길을 따라서 30분정도 달리니 상점들이 보였다. 상점들 하나하나 나름의 멋을 가진 체 고즈넉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자그마한 분수를 가진 공원 앞에 주차 한 후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메인 스트릿을 따라 줄지어진 상점들 여기저기를 돌아보다 소품 파는 집에 들러서 지인들에게 줄 자그마한 선물 몇 개를 고르고 스타벅스에 앉아 싱그런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라떼 한 잔이란.꽃으로 장식된 마을이라기에 너무 관광객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꽃 한 송이 나무 한그루 신중하게 장식된 마을의 품위와 조경이 방문자로 하여금 감사를 선물한다.

피곤함을 느낄 무렵, 마을 공원 분수대에 발을 담구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찾아 나선 곳은 마을의 호숫가였다.이혜진 <피아니스트/클립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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