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교 자퇴자의 처우 개선

2014-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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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960년대의 우리들은 학교를 스스로 그만둔다는 것은 거의 상상을 할 수 없었고, 6.25 이후의시기는, 오로지 힘든 환경을 이기고 어떻게 하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나를 놓고 전전긍긍하던 시대였다. 그러던 중 1967년 미 국무성 프로그램으로 ‘교환 평화봉사단원 (Exchange Peace Corps)’으로 미국에 와서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미국 원주민의 거류지인 Cherokee Indian Reservation’에 배치되어, 처음으로 고등학교 자퇴현상을 접하게 되고, 상당한 혼동을 겪은 기억이 난다.

미국의 원주민 거류지 학교에서도 도시의 빈민가(Inner City) 학교처럼 학업 도중하차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었다. 뉴저지 주는 교육수준이 상위에 든다고 하나, 특정지역은 역시 자퇴가 문제시 되고 있음을 모두 알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자퇴를 방지하려고 여러 면으로 노력하고, 또 일단 자퇴생이 된 사람을 위한 검정고시(GED)를 제공하고, 어떤 초급대학에서는 고등학교 검정고시 졸업자격증과 준학사 자격증(Associate Degree)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그들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란 교육자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고등학교 자퇴생들 중 남자들은 졸업자보다 교정시설에 갈 확률이 높고, 여자들은 사회복지의 도움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일단 시설에 수용이 되면 각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될 뿐 아니라, 국가에도 막대한 손실이 오며(몇 년 전 통계로 수감자 일인당 연중 비용이 3만2,000달러), 일단 사회 복지시설에 가입되면 평균 6,7년의 보조를 받는다고 한다. 그 반대로 이들을 교육시켜서 고용이 된다면 그 개인의 생활의 질도 향상 될 뿐 아니라, 그들이 국가에 기여함이 상당할 것이다.

자퇴생의 문제는 고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진다. 미국에서 4년제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예가 저조하여, 학교에 따라서 다르지만 평균 신입생의 절반정도만이 4년 내에 졸업한다고 한다. 대학교에서 학생 한 명을 입학시켜서 교실에 앉히기까지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은 여러 과정이 있고, 학교로서는 상당한 인력과 예산이 든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과하려면 합리적인 규율을 따라야 하는데, 대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생소 할 수 있고, 항해하는 중에 많은 혼동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보건실(면역검증), 학비보조사무실(Financial Aid Office), 배치고사(Placement Testing), 직업과 전공 선택에 대비한 과목 선택지도(Career Exploration and Academic Advising) 과정 등에 학교와 학생의 절대적 준비가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학생들은 반 이상이 전공을 결정 못한 채 대학을 간다고 한다. 따라서 혼동된 상태에서, 목적이 정확하지 않으니, 자연히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대학은 학생의 선택이며,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서는 학비를 징수해야하는데, 저조한 졸업률이 학교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대학자퇴의 원인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인의 학습능력의 부족보다는 소속감의 결여를 들고 있다.

그리하여 요즘 미국 대학에서는 ‘신입생 세미나’를 필수과목으로 하는 학교도 있고, Academic Advising을 위해서는 전공 지도교수(Faculty Advisor) 외에 전문직원(Academic Advisor)에 의한 이중 학업지도를 강조하는 학교도 있어서 위에 언급한 장래 직업선택과 연결하여 전공 선택을 하고 거기에 따라서 학과목 선택을 하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이중 학생지도 제도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강화 확대하여 소속감을 증가시켜 4년 이내 졸업율을 높이려고 하는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흔히 Advisor들의 업무 양과 태도, 또 학생의 무관심으로 대학에서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못 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대학에서는 위에 말한 것과 비슷한 과정을 매학기 학생 본인이 앞장서서 반복해야 하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갑자기 만사를 본인이 해야 하니, 가정에서 아무리 독립성을 훈육 받은 학생이라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른 말로, 고등학교 3학년 졸업에서 대학교 신입생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대학에 담당 직원들이 있으나, 손이 다 미치지 못할뿐더러, 많은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의욕 좌절과 함께 그들의 학습 능력을 시험해 보기도 전인1, 2학년 때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을 볼 때 한국 이민사회에 만연하는 역사적인 명문편견이, 이런 자퇴생들에게 더 큰 소속감의 상실을 초래할 뿐 아니라, 제2의 기회마저 빼앗아가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이민사회 에는 고등학교 졸업은 문제시되지 않은 것 같지만, 대학교육에는 예상외로 뒤섞인 현상을 본다. 대학 교육이 누구나 다 필요하지 않다고도 하지만, 요즈음 세계화와 테크놀로지 발달 등으로 공공 교육 12년이 부족하며 13, 14학년은 적어도 필요하다고도 한다.

또 대학가에서 자퇴 외에 나타나는 현상은 반복되는 휴학(Stop Outs)이다. 학교를 들락날락 하는 예다. 우리는 가끔 누구 집에 아이는 대학졸업을 6년 혹은 8년 만에 했단 얘기를 듣는다. 또한 이런 휴학생들의 졸업기한이 길어질수록 본인의 자신감과, 사회 고용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은 다 아는 바이다.

따라서 한국 이민사회가 성장 진로를 잘 해쳐나가고 있으나, 앞으로 더 균형이 잡히고 성숙한 발달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민 자녀들, 특히 대학 자퇴생이거나, 반복적 휴학생까지도, 시험되지 않은 능력을 발굴하여 제2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이민 사회는 참으로 기대했던 명품사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황병남(전직 대학 카운슬러/ 메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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