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료방법이 없는 IS

2014-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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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로마역사에 네로 황제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사악한 인물이 또 있을까? 네로는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조리 다 죽였다. 경호원과 수많은 충신, 그리고 아내와 어머니, 동생을 살해했으며, 자신을 가르친 스승 철학자 세네카도 죽였다. 그리고 친인척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었다.

세네카는 자신을 죽이려고 온 네로의 부하에게 “네로의 잔학한 성격을 몰랐단 말인가? 어미와 아내를 죽이고 동생을 살해하고 이제 스승까지 죽이려고 하는 그에게 무엇이 더 남아 있겠는가?” 네로는 또 로마시 전체 14구중 10구 지역이 방화로 소실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저질렀다고 했는데 로마인들은 이 화재도 네로가 더 좋은 로마를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저지른 짓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네로의 패악을 보다 못한 전 현직 집정관들이 그를 죽이려고 하자 이를 알아챈 네로가 자신을 죽이기로 한 스카이비우스에게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느냐?”고 묻자 그가 답하기를 “당신의 포악성은 도저히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네로는 이때부터 전 로마시에 관련자 색출을 위한 경계태세에 들어갔으며 문제의 인물과 눈인사, 말을 주고받는 것만 보아도 무조건 심문하고 나서 당시 쇠사슬에 묶여 심문을 받으러 가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또 자살을 명한 사람에게는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았다.

네로는 마지막에 자신을 시해하려는 부하들에 쫓기다 한 부하직원 집에 피신해 죽기가 두렵다며 부하한테 먼저 죽어 보라며 죽을 것을 요구하다 결국 부하의 도움으로 칼에 찔려 죽었다. 그리고도 자기가 한 악행에 대해 회개는커녕, “나는 죽을 이유가 없이 죽어간다.” “세상 사람들이 정말 아까운 예술가를 잃는구나” 하며 오히려 탄식했다. 그가 저지른 패악은 인간역사 최악의 만행이었다.

수니파 극단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지금 미국을 비롯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등의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잔학한 방법으로 참수, 이들의 만행이 지금 동영상을 떠돌고 다니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야만적인 이들 집단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지하철 테러까지 감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들의 악행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초기에는 여론과 달리 지상군 투입이 없는 공습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갈수록 잔악해지는 이들의 만행에 오바마도 참지 못해 “이제는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현지군 지원병으로 미1사단 병력 200명을 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들을 묵인할 경우 지금보다 더한 만행이 미국을 포함, 지구촌 전체에 저질러질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적극적인 동참의식으로 이들을 분쇄하는 공중폭격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시리아 터키 국경까지 전선을 확대함에 따라 덴마크, 영국, 캐나다 등 GE정상국 7개국이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오바마의 이번 유엔연설 호소에 서방유럽 우방과 중동국가를 비롯한 전세계 60여 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내 IS근절을 위한 작전에 동참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는 중동에서 모든 테러단체가 제거되기 전에 이번 작전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대에서나 있을 법한 IS의 참수는 인간임을 포기한 이 시대 최악의 만행이다. 그들의 잔악함은 지구촌 평화와 안전을 위해 조속히 근절돼야 한다.

우리는 9.11테러의 참상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IS의 참수광경을 접하면서 테러집단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의 또 다른 참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산재한 알카에다의 일부 잔재세력이 IS집단에 동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만행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다. “IS같은 참상을 빚는 행위는 어느 누구도 있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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