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보, 당신, 임자’

2014-09-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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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지인들의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보내오는 청첩장은 부쩍 늘고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공원에서 추억의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자주 보인다. 화사한 가을 햇볕에 웃음을 띤 신혼부부는 한층 더 밝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지난 주말에는 직장후배의 처제 결혼식에 갔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지금 부부로 살고 있는 많은 부부들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갓 결혼한 젊은 부부를 보다보니 새삼 우리 인생에서 결혼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결혼은 ‘인생의 새 출발’,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다. 결혼이란 두 남녀가 부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은 자신의 행복을 좌우한다. 독일의 철학자 괴테가 “결혼만큼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의 행복이 걸려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 것처럼. 결혼은 해도, 안 해도 후회니,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처를 만난 것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결혼을 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며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혼한 이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단골 안주거리로 자신들의 결혼 철학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다시 태어나도 꼭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다는 사람, 결혼은 미친 짓이니 다시는 안 하겠다는 사람 그리고 결혼은 다시 하지만 지금의 배우자하고는 하지 않겠다는 사람 등등 각기 다양한 생각을 털어 놓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동반자인 배우자가 자신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인생의 3분의 2가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배우자와의 ‘결혼’을 주변사람들이 축하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무엇일까?
서로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부드럽게 대화하는 모습의 부부는 행복하다. 그리고 부부의 행복은 서로를 향한 작은 관심, 작은 반응, 작은 대화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아내가 “오늘 하루는 참 재밌었다”라고 말을 시작할 때 남편이 “그래, 뭐가 그리 재밌었어?”라고 반응해 주듯 말이다.

비록 오늘 하루 이야기를 설명해 주는 시간은 짧더라도 서로의 대화 속에 드러나는 서로의 관심과 반응은 자신들의 부부관계가 살아 있음을 확인 시켜줄 뿐 아니라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한 결혼생활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대화 속에서 이뤄진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와 감정적, 정신적인 공감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때 부부는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서로의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배려하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는 부부들의 결혼생활은 행복하다는 의미인 게다.

그럼, 서로를 존중해 주는 배우자의 좋은 호칭은 뭐가 있을까?
부부간의 가장 좋은 호칭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여보, 당신, 임자’ 등이 좋은 뜻을 담고 있는 호칭이라 할 수 있다. 여보(如寶)는 같을 如(여)자와 보배 보(寶)자로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의미를 부여해 사용한다. 당신(當身)은 마땅할 당(當)자와 몸 신(身)자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내 몸과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호칭은 참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고 존중을 나타내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한 노년부부들끼리 부르는 임자(任者)라는 호칭도 마찬가지다. 육신이 늙어서 쓸모가 없어지더라도 서로가 나의 주인은 당신이란 뜻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부름인가.

행복한 결혼생활은 부부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존칭어를 서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오빠, 아빠, 어이, 저기, 자기야…’ 등등의 정체불명의 부름은 훌훌 털어버리자. 그리고 숨은 뜻을 생각하면서 ‘여보, 당신, 임자’ 등의 호칭을 정겹게 불러보자. 처음에는 낯설고 느끼할지는 몰라도, 바로 그 길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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