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문위원들과의 만남, 감동이었다

2014-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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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가 완연한 즈음 예기치 않은 초청과 만남에 왠지 기대가 되었다. 일의 특성상 내가 항상 만나는 만남에는 긴장과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지난 주말 한국일보 뉴저지 자문위원들과의 만남은 내게 참 특별한 만남이 되었던 것 같다.

자문위원 김재택, 윤양자 교수님이 자택을 기꺼이 오픈, 이 댁의 초대를 받아 함께한 자문위원들은 대부분 한인사회 각 분야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했던 분들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과분하고 영광이라는 생각이 진작 들었지만 더더욱 그 마음이 들게 된 것은 만남의 자리에서 한 분 한 분 자기소개를 할 때였다.

한국일보와의 깊고 긴 인연을 지닌 분들, 그리고 오피니언에 글을 올리게 된 것 등이 인연이 되어 이날은 김 교수 부부의 초청으로 서로 가까운, 그리고 친밀한 자리에서 함께 하게 된 날이었다. 약20명의 자문위원 한분 한분이 자기소개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감동이 계속 가슴에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7순을 전후로 한 분들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는 참으로 아름다웠고, 그 감동이 나를 사로잡으면서 나로 하여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각 분야에서 교수로서, 학자로서, 사회활동가로서, 예술가로서, 종교 지도자로서, 후세들에게 기여하며 살아오신 그간의 이런 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키워가고 지켜 왔던 열정적인 학구열, 이민사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삶을 통해 여러 이웃들을 지키고 세워 나가셨던 수십 년의 세월들, 후회 없이 열정과 꿈을 한인사회를 향해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그분들의 가치관, 세계관, 종교관, 이런 것들이 그냥 절로 내 가슴에 느껴질 수 있었던 이날 저녁은 내게는 크나큰 축복처럼 느껴졌다.

한인사회에서 많은 만남을 가져 보았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잔잔하며 따뜻한 감동을 주는 만남이 참으로 드물었던 내게는 그야말로 잊혀지지 않는 만남의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이분들의 성실함과 감동적인 삶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자손 또한 각계에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뛰어난 삶들을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 한 자문위원이 내게 “내가 살았던 최선의 작은 삶들이 이제 와 보니 결국 나의 자손들이 축복으로 되돌려 받고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부모들의 삶을 보고 자손들이 무엇을 배웠을까? 성실함, 진실함, 정직함, 환경에 굴하지 않는 열정…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유산일 것이다. 후손에게 보이는 것을 남겨주는 부모는 미련한 부모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남겨주는 부모는 지혜로운 부모라는 말을 입증시켜주는 삶인 것을 보았다.

특히 자택에서 하루 종일 손수 만든 갖가지 음식 하나하나는 얼마나 감칠맛이 있었던지, 사랑과 정성을 먹는 행복감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온종일 준비하느라 얼마나 분주하고 힘드셨을 그 분들의 마음과 정성, 따스한 사랑과 수고가 우리 모두의 만남과 시간을 한층 더 따스하고 감동적인 시간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다음세대와 사회에 대한 따스한 열정과 헌신, 자리한 한분 한분의 삶의 역사가 우리 후세의 미래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발전적이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받침돌과 버팀목이 충분히 되어지고 있음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확실하게 감지하는 자리였다. 이러한 삶이 더욱 많아진다면 내가 만나야 하는 아픔과 어려움 가운데 사는 사람들과 한인가정들에 대한 나의 무거운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리라는 희망을 가을바람에 살짝 실어본다. 한국일보의 역사가 만들어낸 또 다른 한인사회의 아름다움을 직접 맛본 가을의 한 멋진 날이었다. 이상숙<비영리기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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