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나라사랑

2014-09-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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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나훔 2장7절에는 “정명 대로 왕후가 벌거벗은 몸으로 끌려가며 그 모든 시녀가 가슴을 치며 비들기 같이 슬피 우는도다.‘ 라는 구절이 있다. 전쟁에서 패한 나라 왕실에서 전개되는 비참한 모습이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전쟁에서 지면, 왕족은 물론, 그 나라 국민들이 죽임을 당하고 국가내에서도 누가 권력을 잡으면 반대편이 역적으로 몰리고 패인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인류역사는 지금껏 그렇게 흘러오면서 모든 것이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상례였다. 즉 역사는 힘인 것이다. 나라를 쳐서 손에 넣고, 패전국의 왕후와 시녀, 백성들을 소유하면 그것이 곧 법이고 정의였다.

지금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고 온갖 고난을 겪고도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것은 다 그들 민족이 이룬 강력한 힘의 결과이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청나라와 명나라 등의 숱한 외세의 침략으로 왕실과 백성이 온갖 수모를 당하고 일본으로부터 36년간 갖은 만행과 압제를 당한 것도 나라의 힘이 미약해서 당한 치욕과 수치였다.


이제 한국은 당당히 자주독립국가가 되어 국민 모두가 온갖 자유와 이기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오늘에 있기까지 목숨 던져 희생한 많은 독립운동가들, 도산 안창호나 백범 김구 같은 민족적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진정한 나라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들이 찾아준 자주적인 나라에서 자유를 최대한 누리면서 과연 이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도산은 뜨거운 조국애를 가지고 독립운동에 이바지할 인재양성을 위해 100년 전 흥사단을 조직, 단결과 협동을 취지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런데 오늘의 흥사단은 그의 정신과는 달리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한다. 후세로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새겨져 있는 그의 발자국과 아틀랜타 리버사이드에 있는 그의 동상을 보기가 부끄럽다.

우리 한민족은 왜 이렇게 단결이 안 되고 늘 시끄러운가. 물론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어떤 이견이나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나 선을 넘은 말과 행동은 자칫 방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총회 참석차 이번에 뉴욕을 방문했다. 때에 맞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보수, 진보 단체들의 맞불시위 등으로 뉴욕이 시끄럽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에서 미시USA의 뉴욕타임스 규탄 광고와 함께 보수 진보단체의 궐기대회는 세계정상들의 눈길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이런 모습이 과연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자주독립운동을 위해 몸 바친 안창호 선생은 좌, 우파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육십 평생 그의 나라사랑은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오로지 대한독립을 위해서였다. 그는 묻는다. “여러분이시어 오늘 대한사회에 주인 되는 이가 얼마나 됩니까. 진정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자가 나라의 주인이로다.”

민족의 큰 별이자 겨레의 스승인 백범은 강한 나라 보다 높은 문화의식을 가진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문화의식이란 상호간에 이해, 신뢰, 사랑, 공존 등을 말한다. 백범은 좌나 우나 이념투쟁 이전에 먼저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라고 하였다.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기를, 오늘 내가 걸어간 곳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와 자유를 되찾은 이들이 진정 우리에게 바라는 ‘나라사랑’은 어떤 것일까.

국론이 통일 되고 나서야 자주도 있고 독립도 있는 법이다. 우리 안에서 우선 하나가 돼야 남북한 통일도 기대할 수 있다. 타국까지 와서 우리가 갈라져 세계인 앞에서 서로 다른 구호로 목청을 돋우고 있는 것은 과연 잘 하는 일일까. 이승만 대통령이 힘주어 말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한 구어(句語)가 오늘따라 유독 생생하게 떠오르는 현실이다.
여주영 주필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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