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가르치는 용기

2014-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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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 통지란 Reject, Deferred, Waiting List를 대충 통괄한다. 아무리 가고 싶었던 학교가 그 중에 있었다 해도 deferred 혹은 waiting을 받으면 나중에 합격이 되어도 꼭 특기생으로 학교를 간 것처럼 썩 기분이 안 좋기 때문에 그런 통지를 받으면 아예 옆으로 제쳐놓는 것이 상책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실제로 통보가 다시 오지도 않고, 그걸 기다릴 이유는 다른 학교도 다 떨어지지 않은 이상 없게 된다.

이렇게 쉽게 결론을 지어버릴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 교육 시스템의 장점이자 자녀양육의 장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대학교육은 교육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 위로 올라갈 길을 열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이롭다는 점이 그 이유다.

대학을 간다는 것은 거기서 받은 성적이 이제부터 본인의 인생길에 꼬리를 물고 다니기 때문에 아이는 정말 진학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 진학의 결정이 내려진 이상은 어느 학교를 가든지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과목을 들으면서 GPA를 잘 받아 나와야 그 다음의 문이 열리거나 말거나 한다는 사실을 각오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자금의 손실을 보게 된다. 누구 말마따나 그 돈이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사는 것이 날 뻔했다는 소리가 나온다.


둘째로는 위를 열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성적을 잘 받도록 교양과목을 고등학교 때처럼 과외 시키는 부모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명문대학에 입학을 했으니 이젠 알아서 잘하겠지는 부모의 꿈이고 많은 경우는 집 떠나 해방을 맛보며 한학기가 즐거운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멀리 보고 자녀가 대학원을 진학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을 내리면 대학원을 더 나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작전 상 잘 만들어 놓고 패를 띄우는 현실적인 방법을 취한다.

이것은 자녀가 심리적으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은 길이라는 것을 대학 이름에 목숨 건 부모들은 꼼꼼히 생각해볼 과제다. 어디서 무엇을 공부하든 확실하게 GPA를 잘 받아야만 Professional school은 말할 것도 없고 본인이 원하는 대학원을 갈 확률이 더 높아진다. 대학원의 중요성은 졸업 후 취직을 하거나 개업을 할 때 전공을 어디서 했느냐가 대학을 어디서 했느냐보다 중요하게 어필한다는 데서 바로 알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명문대만을 선호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국에서 좀 오래 살면서 아이들을 키웠다는 이유로 부모들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느 학교가 좋은 학교입니까? “아이가 공부 잘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입니다.” 대답이 점점 간단해 진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다 갖춘 명문교에 많은 돈을 들여 아이를 보냈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굴곡이 있어도 결국은 갈수록 잘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을 성공적인 삶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러한 것을 만들어 가는 힘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을 해야 할까? 몇 번 성공의 기쁨을 맛보았는가 보다는 몇 번 실패와 좌절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는가가 그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다칠세라 넘어지기도 전에 붙잡아 주고 넘어질 것 같은 자리에 방석 갖다놓기 바쁜 부모들… 본인들은 칠전팔기의 지혜를 알면서 자녀사랑이 지나쳐 아이가 당하는 꼴은 못 보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넘어지는 것이 남에게 창피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의 경우인지...

위기는 대처하는 모양새에 따라 축복의 전초 신호가 된다. 아이들이 겪는 좌절감에 불난데 부채질하는 것처럼 부모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의 앞길을 헤쳐 나가도록 나는 너를 믿고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인생을 좀 더 산 선배로서 자녀를 가르치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강화인 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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