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추구의 염원

2014-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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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생(生)을 살다 보면 자신에겐 맞지 않는 것 같은데도 할 수 없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잘 알아 그 방면으로 공부하게 하면 그 아이는 커서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게 되니 평생을 즐겁게 살아갈 수가 있다. 그런데 어디 그런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평생을 즐겁게 산다는 건 어쩜 인생에게 주어진 하늘의 복 중 가장 큰 복의 하나라 생각된다. 부모의 관찰이 적중하여 아이의 장래가 즐거워질 수만 있다면 그 부모도 대단하고 부모에게 순종한 아이도 참 대단하다. 어쨌든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유일회(唯一回)의 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산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며 산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행복추구의 염원은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행복해지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자신에게 안 맞는 일을 할 때 불행해진다. 그렇다고 직업을 계속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도전은 해봐야 한다. 도전도 하지 않고 현재만 불평한다면 그 보다 불행한 일도 없을 듯하다.

캐나다인인 캘빈 필립스(57). 그는 지금 한국의 소공동 한국은행 별관 앞에서 뜨개질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여자들도 잘 하지 않는 뜨개질을 외국남자가 한단 말일까. 그것도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서울 한 복판에서? 그에겐 뜨개질이 취미가 아니다. 밥벌이이다. 뜨개질 한 것을 팔아 그는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캐나다에서 박물관학을 전공한 캘빈은 일본에 영어강사로 갔다가 한국을 알게 됐다. 2005년에 주한 미대사관 주최의 한 파티에서 뜨개질의 명장 강재석(70)씨를 만나 생이 바뀌었다. 명장이 “뜨개질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말에 잘나가던 영어강사직도 버리고 뜨개질을 배웠고 이젠 뜨개질이 자신의 직업이 되어 버렸다.

뜨개질을 하여 들이는 수입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그는 불행하지 않다. “뜨개질은 나에게 열정, 즐거움 그리고 행복이다. 열정을 따라 뜨개질을 하면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하고 싶은 걸 하니 즐겁고 행복하다. 모두가 돈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행복은 즐거움이다. 무슨 일을 하던 즐겁지 못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금 하는 일은 즐거운가? 즐겁지 않다 생각되면 새로움을 찾아 나설 준비가 필요하다. 하는 일에 열정을 느끼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어렵다. 어디 그리 자신에게 맞는 일이 흔하던가. 허나 노력이나 추구는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 손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드리안 아나타완(31). 그는 두 손 가지고도 연주하기 어려운 한 손만으로 바이얼린을 연주하며 세계를 누빈다. 그러며 “오늘도 열정을 켠다”고 한다. 그는 한 손이 장애임을 탓하지 않는다. 결코 불행해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신체적 차이일 뿐 연주는 늘 즐거운 일”이라 말한다.

아드리안은 오른쪽 손과 팔의 일부가 없이 태어나 9살 때부터 활을 쥘 수 있는 주걱모양의 보조기구를 팔에 붙여 바이얼린을 연주해 왔고 카네기홀, 백악관등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그리고 하버드대학 교육학박사 과정도 마치고 연주자와 교육자의 길을 함께 가고 있다. 바이얼린을 켜는 즐거움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외적인 조건(돈)이 사람을 즐겁게 해 준다. 하지만 내적조건(마음)이 사람을 더 속 깊이 오래 즐겁게 해준다.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 속엔 외적조건인 돈만이 최고의 즐거움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렇지만 돈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 또한 얼마나 많은가! 돈은 생(生)의 수단이지 결코 목적(目的)은 아니다.

뜨개질하는 캘빈 필립스. 그 안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단다. 한 손으로 바이얼린을 켜는 아드리안 아나타완. 열정을 켠다며 행복해한다. 우리 모두가 돈을 떠나서 하고 싶은 일,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생(生)이 열정과 즐거움과 행복의 생이 되기를 소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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