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플러싱 한인가정 참극 가슴 아프다

2014-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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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한인 가장이 생활고를 비관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도 끊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한인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엊그제 새벽 퀸즈 플러싱의 한 아파트에서 한인가장과 그의 아내와 아들이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아내와 아들의 시체가 불이 붙은 담요에 씌워져 있었고 남편은 손에 자상을 입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빚에 시달리고 있던 남편이 아내와 아들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의 배경이 정말 생활고로 인한 것이라면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적지 않은 한인가정이 현재 극심한 불황과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점에서 이들과 같이 좀 더 참고 이겨내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모범생으로 장래가 촉망됐던 그의 죄 없는 어린 아들이 무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너무도 가엾고 허탈감에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이 사건으로 숨진 아들의 학교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은 지금 크나큰 슬픔에 빠져 있다고 한다. 참변을 접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가슴 아파하며 가장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연민의 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혼자 죽어 가족에 너무 많은 짐을 안길 수 없어 함께 떠나야 한다’며 가족을 희생양으로 동반자살을 꾀한 것은 어떤 이유로든 가장의 존속살해일 뿐, 동정받기 어려운 범죄행위다.

이민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잘 견뎌내면 재기의 기회가 있을 수 있고 울타리 안에서 마음만 모으면 얼마든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점에서다.

이번 참극은 생명의 귀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이를 계기로 한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가정이란 버팀목 안에서 서로 돕고 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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