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아 파워경쟁과 한반도의 미래

2014-09-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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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동북아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치, 경제, 군사력을 발판으로 세계 파워에 도전하는 가장 큰 접전지로서 동북아는 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야기 시키고 있다. 여전히 경제발전을 무기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와 미국의 유일한 도전세력인 중국이 버티고 있고 그러한 중국에 도전장을 낸 일본의 야심 또한 만만치 않다.

비록 중국에 2위의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중국과의 영토분쟁에도 절대 밀리지 않고 독도 영유권 주장에서도 한국에 한 치 양보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충돌의 주원인은 동북아 패권구도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곧 세계파워를 향한 초석이 되는 것임을 각 국가들이 국가정책의 기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북핵 타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며 납치자 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해제에 전격 합의했다. 가장 당황한 것은 미국이고 한국 또한 일본의 독단적인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동북에서 북핵을 전제로 6자회담 국가들 중 어느 국가도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욱 그렇다. 미국 또한 한, 미, 일 동맹을 기조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동맹 강화를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서 외교적 충격이 크다.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분쟁과 한국과의 독도문제로 껄끄러운 외교관계속에서 미·일 동맹조차 소원해지자 동북아에서 고립을 두려워한 나머지 궁여지책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돌파구로 삼은 셈이다. 결국 일본의 이러한 행보는 동북아 긴장완화는커녕 오히려 각국가간의 관계악화를 불러일으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미국은 무엇보다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을 제치고 독단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일본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문제에 여전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도 일본의 예기치 못한 행동을 달가워 할리 없다. 시진핑의 방문으로 한국과의 관계강화와 북한과의 등거리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은 동북아 패권경쟁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일본을 정치, 군사적으로 제어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일본은 동북아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다. 비록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도입으로 중국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미국의 지지와 한국과의 원만한 관계증진이 배제된다면 중국과 더욱 큰 충돌을 야기 시킬 것이다.

반면 한국은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으로 중국, 러시아의 러브콜을 받으며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유독 한미관계강화를 서두르는 것도 동북아 전반을 관리하는 가교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을 동아시아정책의 핵심으로 선택하는 주요인은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극단적인 충돌을 야기시키지 않을뿐더러 각 국가들과도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잠재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북아 파워경쟁 구도를 분석하여 미래세계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인지 예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증진시켜 동북아패권의 주역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반도의 미래와 미국의 동북아정책이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국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중국은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승리가 곧 미국에 대한 도전이고 세계패권 장악을 위한 초석이라 인식하고 있다.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으로서의 자만심이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중미관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과의 외교 관계 강화를 서두르는 것도 동북아에서 패권강화를 위해 한국을 중국 편에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한·미·일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킴은 물론 동북아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주변의 국가들과도 관계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결국 중국이 미국과 관계개선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동북아패권경쟁에서의 승리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일본도 전통적으로 미일동맹이 전제된 상태에서 미국의 정책에 편승하며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견제의 수위를 높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이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 해결책은 물론 당사자인 한국과의 공동보조 속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북핵이 해결되고 한반도가 통일되어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견줄만한 강대국이 되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교량역할도 더욱 증진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욱 결속될 것이고 러시아와도 경제협력 등으로 동북아시아 경제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과는 과거사문제나 독도문제 등에 있어 원만한 합의를 하고 경제협력관계를 추구한다면 통일한국은 외교력에서 단연 동북아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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