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잘못 알고 있었으면.....

2014-09-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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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원 <수필가>

“어쨌든 돈 있고 권력 있는 이들이 이길 거니까 괜한 에너지 소모하지 마시라고요.”.’”맛있는 거 먹고 잠 잘 자고 편하면 되지 뭘 그런 걸 생각해’ 너 아니라도 나설 사람 많으니까 넌 가만있어.” “언니는 절대 앞에 나서면 안 된다. 알았지?“
“아이 자원씨 답지 않게 왜 그래 둥글둥글 살아요” “그렇게 해서 보살님한테 어떤 이익이 된다면야….“ 바로 알고 하시라는 충고.

“아유, 난 노란색만 봐도 지겨워”노란리본을 단 나에게 들으라는 얘기다.
“자원씨 카톡 봤어요? “’그 단식한 유민아빠 나쁜 사람이더라. 노조원에다 이혼하고 애도 안 돌보고 애들 양육비도 안주던 작자가 나서서 단식한답시고 사회혼란이나 불러오고...’


’이젠 경제 살릴 일을 해야지 그것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고 있잖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요? 다 지난 일 그런다고 죽은 애가 살아 돌아올 거야? 평생 벌어도 못 만질 돈을 받는데 그만하면 됐지 뭘 더 바라요? 미쳤지. 뒤에서 선동질이나 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아주 질 나쁜 좌빨들이 있어 그런 거야. 그 유족들이 뭘 알겠어요? 뒤에서 그런 사람 조종하는 이들이 있는 거지요. 정신 차려야 해요. 앞으로 살아갈 일을 해야지, 배후에서 미친 좌빨들 조종하고 선동하는데 이용당해선 안 되지요.

다른 사람 다른 장소에서 듣는 얘기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사용하는 단어가 한결 같은지 의아하다. 선동, 정치적 이용, 양보해야, 그만하면 됐지. 배후조정 등, 확신에 찬 그들의 얘기에 대답 할 여지가 없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배후가 있는 것인가? 아니 뒤에서 조정하는 누군가 있어야 한다. 나의 배후는 누구일까? 가만 그 배후를 생각하다 난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들과 반대의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을 말하고 노란리본을 달고 있는 내 배후는 바로 힘없고 가난하고 약해 빠진 그러나 온갖 의혹 속에 물끄러미 바라보다 수장시킨 아이들에 대한 기막힌 슬픔을 간직한 유족들이다.

유가족들의 얘기, 귀를 기울이면 들리는 얘기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아무 일도 안하고, 어쩌면 살릴 수 있었을 그 많은 시간을 헛되게 보냈는가! 그것이 속 시원히 알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의혹될만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보상금 받고 가만있으라는 상황이 아프다. 의사자 지정, 대학 특례법 등 유족들과는 무관한 얘기들이 두 번 세 번 유족들의 상처를 후빈다.

전원구조의 오보는 어떻게 된 것이며 배가 기울고 아이들의 전화영상이 올라오고 음성메세지가 들어오는 그 시간에 속수무책 구조대원의 구조만을 기다리다 참지 못해 배를 빌려 타고 나간 바다에는 구조의 기미는 없었는데 ‘수백 명의 구조대가 있었다’는 언론보도. 세월호 3등 항해사 박00(26세)씨가 해경이라는 것. 궁금하다. 많은 의혹과 궁금증을 밝혀낼 수사권과 기소권이 발휘되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특별법개정이 한 가지... 이것이 유가족이 원하는 전부이다.

사고의 원인을 알고 싶어서, 그 과정을 알고 싶어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미래의 한국을 위해 모든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그들은 힘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란 리본을 펄럭이며...
내가 정보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그들의 얘기가 맞고 내가 잘못 알았으면 싶다. 맘 편하게 ‘살길이 먼저다’ 며 모든 슬픔을 뒤로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기에.
그 날 오랜 지인을 만나러 갔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의로운 분이고 열심히 곧고 바르게 살아 이민의 기반 튼튼히 세우신 분들이다.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인 분들. 마침 그 분의 가게가 맨하탄 50가에 위치해 있어서 8월15일 성 패트릭스 성당에서 하는 세월호 참사 추모미사에 참석해주십사 하는 부탁이 두 불럭만 걸어가면 되는 장소라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
2,000명이상 정원인 큰 성당에서 하는 한국인을 위한 특별미사가 한분이라도 더 참석하여 큰 성당이 썰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고 언제 만나도 옛 고향 친구처럼 따뜻한 정이 깃든 관계, 소중하고 귀한 인연이다.
그러나 ‘세월호’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 점잖으신 분의 입에서 험한 말투를 쏟아내신다. 거의 욕에 가까운. 유가족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좌빨들의 배후조정, 정치적 이용, 선동, 그만하면 됐지 뭘 더 바라느라 정국을 바닥으로 몰아넣느냐는 등... 유가족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였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일상생활에 열심인 보통사람들의 마음에 인간적인 동정을 받지 못할 아니 사회적 불순분자로, 적으로, 분노의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지인의 예상 밖의 반응에 어디서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암담했다. 그러나 우리의 신뢰엔 변함이 없었기에 몇 가지 알고 있는 것을 얘기했다. 의사자란 세월호 침몰당시 자신은 살아나올 수 있었는데도 목숨을 내놓고 사람을 구하다 돌아가신 선생님과 도움 주신 분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이었고 대학특례입학이란 대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있을 것을 예정해 정원 외 학생을 뽑을 수 있는 특혜를 받아 합법적으로 학생 수를 더 뽑는 대학당국이 단원고 학생을 받아들이겠다는 요청이라는 것. 그들은 평생 생활보장 원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설명 드렸다.

나에게 나를 위한 말이라며 ‘신경 쓰지 말고 가만있으라’ 는 주위 분들의 얘기가 선실에 갇힌 아이들에게 가만있으라 방송했다는 그 -가만있으라- 와 무엇이 다를까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견딜 수 없어서 이 글을 쓴다.나와 무관하고 나의 이해타산과 아무 상관없는 그 일이 왜 이렇게 가슴 후비는지... 세월호 침몰의 모든 의혹과 궁금증이 풀릴 수 있기를 그래서 유족들 마음의 응어리도 풀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난 노란 리본을 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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