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방문 프란치스코 교황님 짱입니다!

2014-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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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황님 방한에 박근혜대통령이 직접 나와 예의를 차리고 우리 민족을 대표해 최선을 다해 손님을 모신 것 같아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천주교 신부로써 조국의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큰 기쁨이라고 민족의 벗이 오셔서 우리 민족을 축복해주셔서 참 감사드릴 따름이다.

팔불출 노릇이지만 교황님께 러브레터를 보내고 싶다. “우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멋진 이유가 뭔지 아세요? 저는 예수회 사제인 교황님께서 이름을 프란치스코로 택한 것에 함축된 많은 이유를 봤습니다. 900년 전 12 세기에 이태리 아씨씨라는 곳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풍요롭게 살던 프란치스코에게 예수님이 꿈에 나타나셨답니다. 그 꿈에서 예수님이 프란치스코에게 교회를 다시 지으라고 하셨지요.

잠에서 깬 프란치스코는 아씨씨에 있는 다 무너져가는 다민안 교회를 진짜 맨손으로 다시 재건했지요. 하지만 그 꿈은 사실 타락과 부패로 다 무너져 가는 중세의 교회를 다시 지으라는 소리였답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교회가 다 무너져가니 다시 세우라고 프란치스코를 부른 것입니다. 예수님의 진정한 교회를 재건하라고 프란치스코를 찾으셨던 것이지요. 프란체스코 교황님도 예수님의 진정한 교회를 이 땅에 재건해 주세요.”


어릴 때 본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루한 복장에 맨발로 프란치스코가 걷고 걸어서 이태리 로마에 계시는 교황을 알현했던 장면이었다. 교황이 계시는 곳은 높은 계단위에 있었고 그 계단위에는 관을 쓰고 금빛 찬란한 옷을 잎은 고관대작이 교황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그때 기억을 되살리자면 결국 교황이 가난한 프란치스코를 만나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어렸을 때도 참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만 그대로 하는 교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후 프란체스코 성인을 생각할 때마다 그러니 예수님이 자기 교회가 무너져 내린다고 말씀한 것이 떠올랐다.

“교회가 부유해지면 안 된다.”
2000년 세계 청년대회 행사로 로마를 처음 간적이 있다. 엄청난 성 베드로 교회를 보면서 ‘아 이것은 아닌데, 이것은 아닌데’ 하면서 혼잣말로 되뇌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로마에 처음 가서 그 엄청난 성 베드로 대성당 앞에 서서 바로 첫 느낌이 청빈을 강조하신 예수께서 여우도 굴이 있고 새도 둥지가 있지만 자신은 머리를 둘 장소가 없다고 하신 말이 떠올랐다. 이런 예수를 따라야하는 교회가 이런 엄청난 것을 지어놨다니 참 뭔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물론 그때 이후로 로마에서 안식년도 보내고 공부도 하면서 틈틈이 로마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 예술을 배우고 즐기려고 노력을 했지만 다시 한 번 로마의 사치가 내게 맞지 않음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그때 당시 계속 마음속에 떠올랐던 성격의 문구는 마르코 복음 12장으로 가난한 과부가 바친 헌금 같은 가난하고 단순하고 솔직함이 교회에서 자꾸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번에 한국을 찾으셨던 우리 교황님에게서 정말 프란치스코 성인 같은 모습을 느꼈다. 그래서 교황님께 다시 한 번 마음을 보내고 싶다. “교황님 택하신 성함처럼 프란치스코 성인이 걸으셨던 길을 다시 걸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 다시 교회를 일으켜 세워주세요. 무너져가는 우리 정신, 복음을 향한 뜨거운 마음을 활 활 타오르게 해 주세요. 교황님, 파이팅!”

조민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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