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nited We Stand’

2014-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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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뚜렷한 매력을 하나 든다면 다양성과 통일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여럿이 모여 이루어진 하나(from the many, one)를 말한다. 약200개의 인종에다 다양한 문화, 언어 속에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질서 있게 돌아가는 나라, 미국은 이를 상징하는 매우 강력한 미래상을 갖고 있다. 드넓은 창공을 향해 질주하는 독수리, 희망의 상징인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 등, 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상징물들이다.

미국인들은 저마다 자신이 국가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뚜렷하게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달나라에 착륙해 성조기를 펄럭이던 장면, 워싱턴 기념관에 앉아있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위대한 대통령들의 조각상 등이다, 이런 상징물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자신이 국가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강하게 느끼며 살고 있다.

이들에게 지난 2001년 9월11일 발생한 테러는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미국국민은 모두 이날 테러범들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모두 치를 떨었다. 국가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WTC)가 비행기 폭파로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참담한 슬픔 속에 모두들 주먹을 불끈 쥐었다. 3,000여명이나 되는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테러집단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고. 이것은 보이지 않는 엄청난 힘이었다.


곳곳에서 뛰쳐나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정치인이고 시민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폐허의 현장을 희망으로 끌어올린 당시의 모습이 바로 미국이 지니고 있는 초현실적 저력이다. 잿더미에서 또다시 피어올린 희망의 상징, 아픔을 딛고 들어선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가 그것을 말해준다. 신천지를 향한 위대한 탐험가들과 서부 개척자들, 그리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닌 꿈, 새로운 이민자들이 품은 꿈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다, 이들의 꿈은 하나가 되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번져 나가면서 온 세계에 무한한 꿈과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또 테러의 징후가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미국인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테러집단 알카에다가 뉴욕 타임스퀘어와 육군사관학교, 카지노 등 구체적인 공격 목표를 밝히고 있고,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소속 테러집단의 미국인 지하디스트들이 미국본토로 돌아와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많은 나라다. 광활한 땅, 무한한 자원, 고도의 과학기술 등... 이런 바탕을 토대로 패권국가로서 위상과 입지를 계속 굳혀나가려면 국방력과 경제력인 하드웨어와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는 소프트웨어를 적절하게 구사해 나가면서 본토를 공격하는 국내외 교란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로서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이제 또 다시 불순세력으로부터 테러를 당한다면 미국은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테러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기에 과연 미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종전처럼 헤게모니, 군림하는 태도, 일방주의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는 이제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외교전문가 조지프 나이는 그의 저서 ‘제국의 패러독스’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미국은 아직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제1의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중요한 소프트 파워의 위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미국이 강대국으로서 계속 세계 평화와 안전을 사수하고 빈민국가를 돕는 나라가 되려면 당장 눈앞에 닥친 본토에 대한 위협부터 철저히 막아내야 한다. 지난 9.11테러 당시 곳곳에 등장했던 표어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떠오르는 미국의 현실이다. ‘United We Stand(단합해야 일어선다)’

여주영<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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