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나무

2014-09-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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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일본은 일찍부터 탐욕의 민족이었다. 섬나라의 답답함 때문에 항상 대륙을 사모했고, 그 사모는 탐욕으로 확장되었다. 전국시대가 열리는 14세기 이후부터 일본은 왜적(倭賊-‘일본 도둑’이란 의미)이 창궐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때가 고려-이조의 시대이다.

왜적의 구성은 중앙 정부 군사가 아니었다. 지방 무사 계습으로 전락한 호족과, 밀무역 집단 그리고 해적 집단이 왜적의 구성원이었다. 구성원의 성격이 말해주듯 그들은 정상적인 교류보다는 약탈을 우선으로 하는 노략질에 치중했다.


왜적의 노략질은 고려 시대보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극성을 부렸다. 조선 조정은 왜적의 침입이 잦은 해안 지역에 수군을 두고 방위에 치중했다. 한편으론 왜적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왜관(倭館)을 설치하여 무역을 도모했다. 그러나 왜적은 왜적이었다. 탐욕으로 가득 찬 그들은 정상적인 무역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무역이란 명분을 가지고 활동 무대를 중국 및 동남아시아 연안까지 넓혀 나갔다. 그들은 잘 훈련된 해적 집단에 가까웠다.

왜적에겐 큰 배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초기지인 대마도에는 큰 배를 만들 만한 소나무가 희귀했다. 그들에게 삼나무 밖에 없었다. 왜적은 풍부한 소나무 자원을 가지고 있는 조선이 탐났다. 그래서 먼저 조선을 침공했다.

현해탄을 건너오는 왜선은 전부 삼나무 배였다. 삼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나 빨리 자란다. 빠른 시일 안에 많은 배를 건조할 수 있다. 반면 삼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재질이 무르고 나뭇결이 투박하다. 소나무로 만든 거북선이나 판옥선과 충돌하면 단번에 박살이 나고 만다.

전략의 대가 이순신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재빨리 백성을 동원 했다. 견고한 소나무를 잘라 선소로 옮겼다. 거북선 3척과 거대한 판옥선을 여러 척 건조했다. 왜적과 해전을 벌릴 땐 접근전과 백병전을 전개했다. 장군은 삼나무로 만든 왜적 군선의 약점을 일목요연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소나무는 무엇인가. ‘의식구조‘다. 소나무를 줄여서 ‘솔’이라고 한다. 솔이란 말은 ‘으뜸’이란 뜻이다. 우리는 소나무를 그냥 바라보지 않는다. 바라볼 때마다 ‘최고‘를 상념 한다. 높고 장대한 기상을 품는다. 우리나라가 아무것도 없으면서 세계를 바라보고 ‘최고‘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소나무의 ‘으뜸의식‘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꿈틀거리며 살아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금강송’이라고도 한다. 금강송은 나무가 금강석같이 단단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우리 민족이 시련과 역경에 흔들릴 때 마다 금강석같이 단단한 소나무를 생각하며 힘을 얻었고, 소망을 되 살렸다.

성경에 소나무 같이 향기롭고 단단한 사람이 있다. 다윗과 요셉이다. 다윗의 인격은 원수인 사울의 완고한 마음을 녹여낼 만큼 향기로웠고, 그의 용기는 천하의 장군 골리앗을 단숨에 넘어트릴 만큼 단단했다.


요셉은 꿈의 사람이었다. 요셉의 신나는 꿈 이야기는 형제들에게 자랑과 교만으로 들렸다. 형제들의 불타는 시기심에 의해 요셉은 죽음의 절벽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애급의 종으로 팔렸다.

형제들에게 억울하게 버림받은 요셉을 하나님은 지키시고 축복하셨다. 요셉은 애급의 총리가 되었다. 여기서 요셉의 인격이 용기로 빛난다. 향기롭다. 자기를 죽음의 절벽까지 몰았던 형제들을 높은 자리에서 단번에 용서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으로 많은 사람이 위로와 새 힘을 얻었다. 그러나 아무리 교황이 상처받은 사람을 싸매어도 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길은 언제나 뚜벅뚜벅 그 길을 가는 의식화된 자의 몫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요셉, 다윗, 이순신에게서 소나무 같이 단단하고 향기로운 리더십의 높은 품격을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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